스스로 흠집 고치는 차, 유리에서 전기 만드는 차…SF가 현실로

이수기 2023. 7. 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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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흠집을 고치는 차’와 ‘자동차용 유리에서 스스로 전력을 만들어 내는 차’.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기술들이 차츰 현실이 되고 있다. 이들 모두 미세한 소재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내는 소재를 만드는 나노 기술을 기초로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 행사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될 나노 신기술을 선보였다.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인 이종수 부사장이 행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이날 선보인 기술 중에는 자동차가 흠집을 자가치유하는 ‘나노 코팅’기술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개발한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은 상온에서 별도 열원이나 회복 촉진제 없이도 2시간여 만에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발생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 반응에 따라 본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했다.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도 현대차와 기아가 나노 소재를 활용해 최초 개발한 기술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오일 캡슐은 올해 안에, 셀프 힐링은 2~3년 후 각각 차량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나노 기술에 기반한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이 적용된 부품의 손상 회복 과정. 사진 현대차그룹

나노 기술로 배터리 의존도 낮추고, 소비전력 줄이기도


전동화 차량 경쟁력의 핵심인 주행가능 거리와 충전 시간도 나노 기술로 높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날 공개한 '투명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광전 효율이 30% 이상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해 차량의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투명 태양전지는 차량의 모든 유리 부분에 적용돼 발전량을 늘릴 수 있다. 차량뿐 아니라 건물 창문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일도 가능하다. 이미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접합한 '탠덤 태양전지'는 태양전지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차세대 기술이다. 두 전지는 서로 다른 영역 대의 태양광을 흡수한다. 이를 결합하면 상호보완 효과가 생겨 35% 이상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후드, 도어 등에까지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해 하루 평균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나노 기술로 '더 시원한 차'도 만든다


현대차그룹 연구진이 압력 감응형 소재가 적용된 시트를 체험해보이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자동차 소비전력을 줄이고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데에도 나노 기술이 활용된다. 이날 공개된 '압력 감응형 소재'는 별도 센서 없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차량의 발열시트 폼 내부에 적용돼 탑승자 체형 부위에만 열을 가하고, 필요 없는 부위의 발열을 억제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식이다. 이를 통해 주행거리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현대차와 기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투명 복사냉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에도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할 뿐 아니라 외부로 열을 방출하는 기능도 있다. 덕분에 기존 기술보다 7도가량 실내온도를 낮춰준다.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이종수 부사장은 "기술 혁신의 근간에는 기초이자 산업융합의 핵심 고리인 소재 혁신이 먼저 있었다"며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따른 우수한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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