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저술·생애 통해 ‘페미니즘’ 70년 역사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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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을 빼고는 현대의 문학과 사상, 정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선두에는 여성 작가들이 있었다.
저자들은 1963년 플라스가 죽기 직전에 출간한 '벨 자'와 곧이어 나온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당시엔 아직 이름도 붙일 수 없었던 문제와 투쟁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 이 두 권에 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을 포함시켜 "1970년대의 페미니즘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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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북하우스, 616쪽, 3만3000원
페미니즘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을 빼고는 현대의 문학과 사상, 정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선두에는 여성 작가들이 있었다. ‘여전히 미쳐 있는’은 미국 여성 작가들의 저술과 생애를 통해 1950년대 이후 현대 여성운동의 역사를 종합한다. 1970년대 본격화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제2물결 페미니즘’에 대한 지성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공동 저술한 미국의 두 여성 영문학자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1979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출판했다.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 등 19세기 주요 여성 작가들의 작품 분석을 통해 여성운동이 태어나던 순간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여전히 미쳐 있는’은 이 책의 주제와 방법을 현대 여성운동으로 확장한 속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1950년대에 여성 작가들은 ‘행복한 가정주부’라는 당대의 규범적 이미지를 뚫고 자신을 속박하는 족쇄를 깨부술 단어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실비아 플라스는 “아빠, 아빠, 이 나쁜 인간, 이제야 끝이 났네요”라는 유명한 문장이 들어 있는 시 ‘아빠’를 썼다. 저자들은 1963년 플라스가 죽기 직전에 출간한 ‘벨 자’와 곧이어 나온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당시엔 아직 이름도 붙일 수 없었던 문제와 투쟁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 이 두 권에 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을 포함시켜 “1970년대의 페미니즘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1960년대의 흑인 민권 운동 속에서 보조 역할만 하는 것에 질렸고, 연대했던 남성들이 내보이는 성차별주의와 마주하면서 여성들만의 운동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남성 주도의 좌파’와 작별하면서 1970년대 이후 여성운동이 폭발했다.
여성운동에 활기를 제공한 것은 언어를 선물한 여성 작가들이었다. 책은 “여성 억압은 계급, 계층, 인종에 근거한 다른 모든 억압보다 앞선다”고 한 수전 손택, 흑인 여성들이 처한 상황이 백인 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 여성을 환상 속 행성이나 디스토피아적 지형에 배치함으로써 여성이 받는 억압과 여성의 열망 모두를 극화한 앨리스 섈던이나 어슐러 르 귄 같은 여성 SF 작가들을 광범위하게 소개한다.
1980년대 이후를 기술한 후반부에서는 정체성 정치, 동성애자 권리 운동, 아카데믹 페미니즘, 백래시 등을 조명한다. 현시대 페미니즘의 주요 논점들이다. 저자들은 페미니즘을 둘러싼 회의와 비판에 맞서 “페미니즘 운동 이전의 환경에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라고 질문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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