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초등교사 학교 앞 국화에 검은 마스크…"미안합니다" 눈물의 애도 행렬

김현정 2023. 7. 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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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20일 오후 해당 초등학교 앞에 동료 교사들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흰 국화를 들고 추모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20대 여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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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초등교사 사망에 동료교사들 애도 이어져
전국 초등교사들 단체 카톡방 만들어 추모도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20일 오후 해당 초등학교 앞에 동료 교사들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흰 국화를 들고 추모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검은색 옷을 입은 추모객들은 학교 담장을 빙 둘러 긴 줄이 생길 만큼 이어졌다. 이들은 차례로 교문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국화를 내려놓으며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했다.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날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A씨를 추모하자는 글이 쏟아졌고 이후 단체 카카오톡 방까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추모 모임은 자발적인 것으로 SNS 등에서 모임 시간과 장소, 복장 등이 공유되고 있다. 학교 정문에는 동료 교사들이 보낸 부조 화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만 추모 모임으로 시위의 성격이 아니라서 피켓은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시법에 따르면 문화제에서 특정 목적의 구호를 제창하거나 그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동원하지 않으면 사전 신고 대상이 아니다.

동료 교사의 추모 행렬에 시민까지 동참하자 경찰은 학교 정문 앞 1개 차로를 통제했다.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자 해당 학교 측에서는 오후 4시 50분께 방송을 통해 "학교 정문 안쪽 녹색 펜스 앞에 임시 추모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한 시간여 앞선 오후 3시 30분께는 교사 약 10명이 안전하게 추모하도록 추모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 학교 교장을 만나려고 했으나 학교 측이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줄을 선 이들이 학교를 향해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뜻으로 '열어줘'라고 연호하기도 했다.

추모 화환·포스트잇도… "선배로서 교사의 권리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

현재 해당 초등학교 정문 앞부터 등굣길까지 빼곡하게 늘어선 근조화환 행렬 사진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사진 속 근조화환에는 대부분 '동료 교사 일동' 등의 문구가 걸려 있는데, '서울시교육청 교사 일동', '학부모 일동'으로 표기한 화환도 있었다.

정문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꽃다운 나이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으로 교육 현장에서 세상을 등진 선생님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등의 글귀가 쓰여 있다. '선생님 부디 그곳에서는 괴롭히는 사람도, 아픔도 없이 모두 잊고 평안히 행복하세요.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이것은 선생님만의 슬픔과 아픔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쉬세요. 정말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선배로서 교사의 권리를 지키지 못해서' 등의 문구도 있다.

일부 자녀를 등교시키러 온 학부모가 묵념하기도 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온 학부모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도 전국 각지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 200여개가 배달됐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20대 여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교사노조 측은 "A씨가 최근 학교폭력 업무를 맡으면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해당 학부모가 A씨를 찾아가 교사 자격이 없다며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 19일 "서초구 관내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어제 오전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 현재 경찰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이다.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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