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경련 재가입 통첩'에…4대 그룹 "환골탈태가 먼저"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삼성·SK·현대차·LG 등 재계 4대 그룹에 ‘재가입 통첩’을 하면서 기업들의 검토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이 명칭을 바꾸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출범이 결정될 다음 달 22일 총회를 한 달 앞두고, 재가입 여부와 함께 시기·방식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전경련 재가입이 아닌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회원사 ‘자격 승계’다. 전경련은 지난 5월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LG·LG전자) 등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2016~2017년 전경련에서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 자격은 유지하고 있다.
“가입에 무게 두고 있지만 지금 판단 못 해”
새롭게 출범하는 한경협에 가입할 지에 대한 4대 그룹의 공식 입장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정된 바 없다” “지켜보고 있다” 등으로 일관된다. 하지만 논의가 시작된 만큼 각자 절차에 따라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한경협 출범, 신임 회장 선임 등이 정해질 다음 달 총회 전 기업들이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이 기한은 전경련이 제시한 것인 만큼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이 서한을 보낸 것이고, 그걸 기업들이 받았다고 해서 답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환골탈태의 모습이 없을 경우 연말까지 검토할 수 있으며, 이를 더 넘어 1년 뒤인 내년 여름까지도 지켜볼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특히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다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데다, 현재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터라 급하게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탈퇴는 따로 했는데 재가입은
방식에 대해서도 아직은 의견이 분분하다. 탈퇴 시에는 LG그룹이 2016년 12월 가장 먼저 탈퇴원을 냈으며 두달 뒤 나머지 3개 그룹 역시 전경련을 떠났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이 함께 재가입하는 것이 부담이 덜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편에서는 일괄적 행동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형성될지 몰라 우려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기업들에게 전경련 재가입이 조심스러운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4대 그룹은 한목소리로 전경련이 환골탈태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기업들을 위해 싱크탱크 기관으로서 역할 하겠다는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여론상으로도 전경련이 이제 과거 모습이 아닌 미래 지향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기업들은 지금보다 움직이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재가입하게 되면 재정도 부담해야 한다. 2016년 전경련 회비 수입은 408억원으로 이 가운데 70%가 4대 그룹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회비 수입은 91억원이다. 전경련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롄)과 공동 조성하기로 한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에 대한 부담도 회원사에게 돌아올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가입에 무게를 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행은 전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한경협에 가입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4대 그룹에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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