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스승이란 이유로 안 참는다"…3대 교원단체 번진 분노
20일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들이 연이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 A씨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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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참지 않을 것” 불붙는 분노
최대 교원단체·교원노조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시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저도 초등학교 교사로 25년간 근무했다. 고인은 저의 후배이기도 하다”며 “더는 스승이란 이유로 참지 않겠다. 지나친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협박들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교사노조는 A씨의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다. A씨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유족 대표 B씨는 “젊은 교사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며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학교의 교육환경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 조카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이초가 공개한 입장문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다. 권선태 서이초 교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해당 교사의 학급에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있거나 정치인의 가족이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족 B씨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인데 왜 사회초년생 젊은 교사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이 안되는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교사노조 측은 A씨가 학교 업무로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추가로 공개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동료 교사의 제보에 따르면 학부모가 A씨의 휴대전화로 수십통 전화해 힘들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A씨가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전화를 바꿔야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 집회를 예고했다. 전교조 측은 “해당 학교가 학기 중으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고 유족들이 공식적인 입장이 표명되지 않았다”며 “우선 교육청 앞에서 촛불을 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이초 앞 추모행렬…“퇴근 후 달려왔다”
서이초를 찾은 30대 교사는 “퇴근하자마자 왔다.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문제”라며 “현직 교사들은 (우울증에 걸릴) 비슷한 상황에 수없이 몰리고 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추모 현장에 모인 교사들은 오는 22일 서울 보신각에서 또 다른 집회를 예고했다. 20대 교사 유모씨는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이 모이고 있다. 또 집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시 찾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학교 정문 안쪽에 메모를 남기던 추모객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소동도 있었다. 학교 측에서 “안에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다”며 정문을 폐쇄하자, 일부 추모객들이 항의한 것이다. 한 추모객은 “학교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냐”며 “따로 추모공간도 없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권침해 의혹, 교육계 중대한 도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유족이 동의한다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와 애도의 기간을 갖고자 한다”며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는 고인의 사망원인이 정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교육청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가 학교 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 심각한 교권침해가 원인이 되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교육계에 중대한 도전이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21일 교총회관을 찾아 현장 교원 등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모든 교원단체가 똑같은 마음이다. 현장 교원들, 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진단과 해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정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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