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차이나’ 논쟁...“성장 둔화기 진입" vs. "잠재력 무시 못해”

김경희 2023. 7. 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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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하반기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로 ‘피크 차이나 리스크(Peak China risk)’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6.3%)이 예상치를 밑돌고 6월 청년실업률(21.3%)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일자리 미스매치, ‘부동산 버블’로 과도해진 지방정부와 기업의 부채 문제, 미ㆍ중 갈등에 따른 첨단산업 성장 둔화 등으로 중국의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피크 차이나 담론의 주된 근거다.

2분기 성장률 쇼크의 주범으로 꼽히는 건 부동산 문제다. 중국 정부가 주택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지만 젊은층 인구가 줄고 도시화 속도가 둔화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지난 6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5267억위안(약 95조2700억위안)으로 작년 6월에 비해 28.1% 급감했다. 6월은 전통적으로 이사 수요가 늘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데 ‘제로 코로나’ 방침으로 봉쇄정책을 펼친 지난해 6월(7239억위안)보다도 더 떨어져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앞으로도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고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비중이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재민 기자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다롄완다그룹 측은 오는 23일이 만기인 채권 4억 달러(약 5000억원) 가운데 최소 2억 달러(약 2500억원)가 부족하다며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부동산 기업에 토지 사용권을 팔아 재정을 충당해 온 지방정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8년 이후 각종 사업을 위해 지방채를 마구 발행하면서 최근 5년간 연 평균 13%씩 빚도 늘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6년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섰고, 정치적으로 이러한 정책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가계와 기업ㆍ정부가 빚을 갚을 갚느라 소비와 투자를 줄여 불황에 빠지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건 청년실업률 증가로 나타나는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다. 2023년 대학졸업자 수는 1158만명이고 대부분 비대졸자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생기는 일자리는 1662만개로 추정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서비스직·생산직 일자리를 늘려봐야 대졸자 취업률은 늘지 않고, 오히려 대졸 이하 인력난과 임금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려면 대학을 줄이고 교육제도를 개편하는 등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반도체ㆍ배터리 등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국과의 대립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복원되고 있지만 속도 조절에 나섰을 뿐 수면 아래 잠재돼 있다는 시각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협상 국면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술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 가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분쟁의 강도가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여러 악재가 있지만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세계 1위의 제조업 국가이자 무역국인 중국과 교류를 단절하면 각 국가가 치러야 할 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에서다. 지 연구위원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도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생산기지가 두드러지진 않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생산기지를 늘린다고 해도 중국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이 오히려 세계의 공장 역할을 더 오래 지속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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