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역대급 빌런 등장, '나는 솔로' 제작진이 놓친 것
[이준목 기자]
오랜만의 실제 결혼 커플의 등장에서, 역대급 데이트 비매너를 보여준 빌런의 등장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나는 솔로 15기'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7월 19일 방송된 ENA·SBS Plus 일반인 연애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는 15기 남녀들의 엇갈린 운명과 최종선택의 결말이 그려졌다.
광수(변호사)와 옥순(무용학원 원장)은 최종선택을 앞두고 커플 굳히기에 들어갔다. 광수는 출연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옥순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선언히는가하면, 정성스럽게 작성한 '사랑의 편지'를 옥순 앞에서 직접 낭독하며 진심을 전했다. 광수는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내 와이프한테 좋은 걸 사주고 싶고 남부럽지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어필했고, 옥순 역시 "따뜻하고 말도 예쁘게하고 솔직하게 다 표현하시는 분"이라고 평하며 "마음이 설렌다"며 광수를 향한 호감을 드러냈다.
솔로나라 마지막날, 상철(AI 개발연구원)은 전날 커플선택에서 상처를 준 영자(영어 강사)와 바닷가 데이트를 나가서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선물하며 다시 한번 사과하고 진심을 전했다. 영자는 상철의 애교에 마음이 다소 풀렸지만, 정작 데이트에서 돌아온 직후 여자들간의 대화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속내를 드러냤다. 영자는 "빅 퀘스천 마크(물음표)다. 어제 일은 떠나서, 그냥 내가 상철을 만나고 싶은지만 생각하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영철(건설회사 구매사업부)은 영숙(에너지기업 연구 기획)에게, 영수(회계사)는 순자(제조업 경영기획팀)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영수는 여성 멤버들도 모두 인정하는 솔로나라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인물로 꼽혔다. 초반만 해도 연애에 서툴고 여자의 마음에도 둔감해보였던 영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영자와 순자의 조언을 흡수하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갔고 순박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호감을 자아냈다.
▲ ENA·SBS Plus <나는 솔로> 한 장면. |
ⓒ ENA외 |
최종선택의 시간이 찾아았다. 가장 먼저 선택에 나선 영수는 예상대로 순자를 최종선택했다. 하지만 순자는 고심끝에 최종선택을 포기했다. 순자는 "인간적으로 좋은 분은 맞다. 제가 흘린 눈물도 거짓은 아니었고 진심으로 감동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성적인 끌림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고심 끝에 영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백했다.
상철은 영자를 선택했지만, 영자 역시 최종선택을 포기했다. 영자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상철님이 꽃까지 준비한 용기에 기분이 풀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저는 상철님을 선택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전하며 끝내 돌아선 마음이 회복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영호(신용평가사 무역팀)-정숙(인수합병 컨설팅 매니저)-영식(전자기업 반도체 설계팀)-현숙(건축사)는 모두 최종선택을 하지 않았다. 영숙과 영철, 광수와 옥순은 모두 서로를 선택하며 최종적으로 두 커플이 탄생했다.
모두의 관심을 모았던 방송 이후 결혼 커플의 주인공은 광수와 옥순이었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모습으로 등장한 두 사람은 방송 이후 사귄지 15일만에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두달만에 초고속으로 결혼까지 진행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며, 방송때보다 훨씬 가까워진 다정한 연인의 면모를 보여줬다.
옥순은 "최종선택 며칠 뒤에 고백을 받았다. 오빠가 최종선택 때부터 1일로 하자고 하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광수는 "겉은 도도해보이는데 엄청 착하다. 내면이 더 예쁜 사람이다. 이 사람이랑 평생을 같이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옥순을 향한 깊어진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본방송 이후 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TV'에서 진행된 라방(라이브 방송)에서는 15기 멤버들이 전원 출연하여 방송 이후의 후일담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결혼을 약속한 광수-옥순에 이어, 영철과 영숙 역시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한 솔로나라에서 최종선택을 포기했던 영식은 방송 이후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여 11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깜짝 희소식을 전했다.
'나는 솔로'의 양면성
<나는 솔로>는 2021년 7월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5기 방송을 통해 2주년을 넘겼고 방송 횟수로는 100회를 훌쩍 돌파하며 국내 일반인 연애 데이팅 프로그램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실제 연애와 결혼을 꿈꾸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솔직한 '진정성'과 치밀한 심리묘사 현재 방송가에서 넘쳐나는 수많은 연애물 속에서 <나는 솔로>만의 차별화된 강점이었다.
하지만 유난히 몰입도가 강하고 개성넘치는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한 15기는 <나는 솔로>의 무기인 솔직함과 진정성이 동시에 언제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회차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실제 결혼 커플로까지 이어진 광수와 옥순의 풋풋한 로맨스, 초반에는 '모쏠'의 분위기를 풍기다가 솔로나라에서 '사랑꾼'으로 발전해가는 영수의 성장 스토리, 비록 본인은 커플이 되지 못했지만 15기를 아우르는 '인싸'이자 연애 카운슬러로 활약한 영자의 활약상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응원을 자아냈다.
반면 15기의 빌런 취급을 받은 영숙이나 현숙의 사례는 일반인의 방송출연시에 벌어지는 이미지 추락의 부작용, 집단적인 신상털이의 위험성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숙의 데이트 비매너 논란이 도마에 오르기 직전까지, 당초 화제의 초점은 영숙에게 몰렸다. 영숙은 이미 <나는 솔로> 이전부터 여러 방송프로그램에 돌아가며 출연한 전력,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자신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 등으로 출연 진정성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영숙은 '주작 논란'에 대해서 자신이 맞다며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다른 사람이 먼저 셀프 칭찬글을 쓰는 것을 보고 장난삼아 비슷하게 썼는데 허술하여 바로 들통이 난 것"이라면서 "그걸로 너무 쓰레기 취급을 당해서 속상했다"라며 서운한 속내도 털어놓았다.
▲ ENA·SBS Plus <나는 솔로> 한 장면. |
ⓒ ENA외 |
특히 15기 방송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역시 현숙을 빼놓을 수 없다. 현숙은 제작진이 준비한 데이트 미션에서 개인적인 사유로 웨딩드레스 착용을 거부한 사건에 이어, 솔로나라 후반에는 영식에게 구애를 받았으나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상대를 무시하고 배려없는 언행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나마 웨딩드레스 거부는 '개인의 신념'이라는 영역이었기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여론도 많았지만, '데이트 비매너' 논란에는 무례함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현숙은 그동안 <나는 솔로>역대 논란의 출연자중에서도 손꼽힐만한 '빌런'으로 등극했고, 일부 누리꾼들은 방송 이후 그녀의 SNS에 몰려가 악플을 쏟아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현숙은 SNS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라방에 출연한 현숙은 직접 작성해 온 편지를 읽으며 영식과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했다. 현숙은 "오빠는 너무 좋은 사람인데 내가 너무 못되게 행동해서 정말 미안하다. 방송 보면서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오빠한테 이렇게까지 심하게 대한 줄 몰랐는데 정말 미안하다.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현숙은 영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식사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라방 내내 다른 멤버들에 비하여 눈에 띄게 위축된 현숙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식은 당시 현숙의 태도로 인해 기분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숙이 사과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른 거지 현숙이가 크게 잘못한 건 아니다"라며 "단톡방을 통해서 현숙이 오랫동안 힘들어했다는 걸 알게 됐다. 밝은 친구인데 오늘도 사실 많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사과해줘서 고맙다"며 현숙의 사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영자는 "논란의 장면이 방송된 그날, 현숙이 너무 힘들어해서 우리집에서 자고 갔다. 너무 말도 안되는 메시지가 수천개나 와서 내가 게시물을 지우고 댓글을 차단시키게 했다"고 밝히며 "사람이 살아야 하지 않겠냐. 저 친구가 나쁜 사람이고 악의를 갖고 한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는 창백해지는 성향을 갖고 있다. 진짜 많이 힘들어했다. 죄인처럼 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안쓰러워했다.
물론 <나는 솔로>의 모든 출연자들은 자신의 모습이 방송에 나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서 출연했다. 4기 영철, 10기 영식, 12기 광수처럼 도를 지나친 언행으로 해당 기수의 빌런에 등극한 출연자도 있었다. 또한 혹은 방송 직후 사생활을 둘러싼 구설수에 휘말리거나 방송 출연 의도를 둘러싸고 진정성을 의심받은 출연자들도 적지않았다. 악마의 편집이나 왜곡이 아닌 이상, 자신이 방송에서 보여준 언행과 그로 인한 파장에 책임을 지는 것도 성인인 출연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출연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이나 SNS 테러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방송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일반인 출연자가 감당하게 될 부작용이나 두고두고 따라다닐 수 있는 낙인효과도 고려해야 했다. <나는 솔로> 시리즈의 전작이 출연자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불명예 종영되었던 전력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세심한 보호와 배려라는 제작진의 인식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방송이 장기화되며 최근 인기와 화제성에 가려져서 점점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듯한 <나는 솔로>의 행보는 일반인 출연자의 특정 이미지를 캐릭터화하여 악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 부메랑은 언제든 다음번에는 출연자가 아니라 바로 제작진과 프로그램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군인은 '그래도 되는' 존재입니까?
- "오송 참사는 중대재해... 책임자는 충북지사, 청주시장, 행복청"
- 충북지사 "한두 명 사상자 정도로만 생각"... 민주당 "자리 내려와라"
- 이상민 장관 탄핵, 25일 오후 2시 결정된다
- 독일에서 무려 5200만 장이나 팔린 이 티켓... 우리도 만들자
- 윤 대통령 지지율 34%... 영남서도 대거 빠졌다
- 중학교 교사도 감탄한 돌봄교실 강사의 피드백
- 인권위 '청소년 정치참여 확대 권고'에 "선관위, 일부수용"
- [오마이포토2023] 사망 초등교사 분향소에 이어지는 참배객 발길
- 오송 참사 119 최초 신고는 8시 36분... 다급했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