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세 번째 치매치료제 탄생… 한국엔 언제 들어올까?
◇세 약물 모두 원리 같아… 베타아밀로이드 제거가 목표
점점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베타아밀로이드(Aβ)라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축적되는 게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끈적끈적한 Aβ가 뇌 신경세포에 붙어 독성을 유발하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것이다. 지금까진 신경세포의 통신을 돕는 물질을 처방해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높이는 게 최선이었다. 증상을 해결할 뿐 원인은 해소하지 못했다.
주목받는 세 가지 치매 치료제는 모두 원인으로 꼽히는 Aβ 응집체를 제거해 치매를 늦춘다. 기전도 같다.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했다. 항원과 딱 맞는 항체가 결합하면 특정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세 가지 약물은 모두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결합해 면역세포가 플라크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단클론항체제다. 단클론항체는 하나의 항원 결정기에만 항체 반응을 하는 항체를 말한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대한치매학회 보험이사)는 "임상 결과가 연구 설계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왔을 뿐, 세 가지 약 모두 매우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며 "Aβ 가설이 맞고, 이걸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했다.
원리가 비슷한 만큼, 공통점도 많다. 약물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병의 초기일수록 효과가 좋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10~15년간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Aβ 축적은 선행 과정이기 때문이다. 부작용마저 같다. 세 가지 약물 모두 MRI 영상검사에서 뇌부종(ARIA-E)이나 미세출혈(ARIA-H) 등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이 확인됐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뇌 조직에 축적되어 있던 Aβ가 일시에 제거되면서 미세한 뇌혈관을 손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 약물 모두 ▲고령 환자일수록 ▲치료를 시작할 때 이미 미세출혈이 많았을수록 ▲치매 위험 인자인 APOE4 유전자 변형이 있는 사람에게서 ARIA가 나타날 위험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한 기전·연구 설계 차이… 효과, 부작용 결과 다르게 나와
원리는 같지만, 미세한 기전과 연구 설계에서 차이가 있어 효과와 부작용이 나타나는 정도는 조금씩 다르다.
▶아두카누맙(제품명:아두헬름)=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아두카누맙은 2021년 FDA에서 최초로 치매 치료제 승인을 받은 성분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커 상용화에 실패했다. 아두카누맙은 임상 3상에서 50~85세 알츠하이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3285명을 대상으로 ▲저용량군(3 또는 6mg/kg 용량) ▲고용량군(10mg/kg)으로 나눠 실험했다. 그 결과, 고용량군의 41.3%나 ARIA를 호소했다. 차후 나온 두 약물은 부작용이 훨씬 적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3가지 약물 모두 Aβ를 항원-항체 반응으로 없애는 건 같지만, 세부적인 기전은 조금 다르다. 먼저 Aβ가 뇌에 축적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Aβ는 처음엔 단량체(monomer)로 뇌에 존재한다. 이땐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점점 단량체 여러 개가 모여 소중합체인 올리고머(oligomer)로 뭉친다. 올리고머가 서로 엉키며 섬유화되는데 이때 먼저 원시섬유(protofibril)를 형성했다가, 규칙적인 구조로 바뀌면서 피브릴스(fibrils)가 된 후 뇌에 축적된다. 아두카누맙을 혈관에 주사하면, 피브릴스와 원시섬유를 타깃으로 작용한다.
▶레카네맙(제품명:레켐비)=레카네맙은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두 번째로 내놓은 제품이자, FDA가 두 번째로 승인한 치매 치료제다. 아두카누맙보다 ARIA 부작용이 훨씬 적어,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실험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ARIA를 보인 환자도 12.6%로 적었다. 이번 실험은 저용량군 없이 위약군과 10mg/kg 용량을 투여하는 군으로 진행됐고, 약을 투여하는 간격도 2주로 아두카누맙(한달)보다 짧았다. 18개월 만에 유의한 효과를 냈다. 다만 APOE4 유전자 변형이 있는 환자에게 ARIA 발생률이 높아, FDA는 레켐비 처방 정보에 박스 경고(boxed warning)를 포함했다. 아두카누맙과 차이점은 타깃이다. 레카네맙은 피브릴스보다 전 단계인 원시섬유와 올리고머에 작용한다. 피브릴스 제거 효과는 아두카누맙보다 떨어진다.
▶도나네맙=최근 임상 3상을 발표한 도나네맙은 인지력 저하 등 악화 속도를 무려 36% 늦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레카네맙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 도나네맙은 평균 73세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맥 주사했다. 용량은 처음 3회 땐 700mg, 이후 1400mg 투여됐다. 레카네맙과 같은 18개월 동안 시험이 진행됐다. 레카네맙과 같은 척도로 평가했을 때 효과가 더 좋았을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일수록 그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초기 경도 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은 인지 감소 속도가 최대 60%까지 지연됐다. 뇌의 아밀로이드 제거율도 90%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부작용은 레케네맙보다 조금 더 많았다. 임상 참가자의 24%에서 뇌부종이 31%에서 뇌출혈이 관찰됐다. 레카네맙과 마찬가지로 APOE4 유전자 변형이 있는 환자에서 ARIA 발생 비율이 높았다. 중증 ARIA 발생률은 1.6% 정도로 대부분 적절한 관리로 안정화됐다. 도나네맙의 기전은 아두카누맙과 비슷하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완전히 뭉친 피브릴스와 플라크를 주요 표적으로 삼는다. 기전이 비슷해 두 약제를 비교한 연구도 이미 나왔다. 미국 브라운대의대 신경과 스티븐 샐로웨이 교수팀이 두 약을 19개월 투약한 후 6개월 뒤 살펴본 결과, 도나네맙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아밀로이드 제거 달성률은 아두카누맙은 1.6% 도나네맙은 37.9%였다.
◇레카네맙 우리나라에 2025년 상반기 돼야 들어올 듯
우리나라엔 언제 들어 올까? 먼저 아두카누맙은 국내 진출을 포기했다. 레카네맙은 지난 6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적합한지, 보완이 필요한지 결과에 따라 들어오는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모든 자료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면 올해 말 허가 신청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말 허가신청이 나더라도 실제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건 더 늦어질 전망이다. 양영순 교수는 "수요가 올라가 레카네맙 수급 문제로 우리나라 순번은 2025년 상반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도나네맙은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임상 시험에서 한국인이 포함되지 않아, 식약처 허가를 받으려면 다시 임상 시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아직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레카네맙이 우리나라에 들어와도 허들은 있다. 가격이다. 약값이 미국 기준 연간 만 6500달러(약 3500만원)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보험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레카네맙을 처방받으려면 먼저 아밀로이드 PET-CT 검사를 해, 실제 Aβ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검사만 해도 12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한치매학회가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일 때 약값을 얼마 정도 낼 수 있는지 조사한 결과, 월 300만원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3%였다. 41.2%가 월 60만원까지, 15%가 월 120만원까지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고, 7%는 가격이 상관없다고 했다. 부작용도 무시할 순 없다. 양 교수는 "APOE4 유전자 변형이 있는 환자에서 보통 치매 발병 비율이 높은데, 레카네맙은 APOE4 유전자 변형이 있는 환자에게 ARIA를 유발할 가능성도 커 지속 관찰과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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