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만든 '준연동형 비례제'…헌재, 4년만에 합헌 결정

윤지원 2023. 7. 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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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총선 때 ‘꼼수 위성정당’ 논란을 불렀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20일 지난 2020년 1월 당시 자유한국당 등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2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5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거센 항의 속에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지 3년 7개월 만이다.

헌재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입법자는 선거제도와 정당의 역사성, 선거 및 정치문화의 특수성 등을 종합해 선거제도를 합리적으로 입법할 수 있다”며 “선거제도가 헌법에 명시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과 자유선거 등 국민의 선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與 “다수당이 얻은 표가 비례대표 의석에 반영 안 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2019년 12월 23일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다. 전체 의석(300석)이 아닌 비례대표 의석(47석)에 대해서만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했던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는 충분한 ‘비례성’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됐던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7.23%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석수는 전체 의석의 2%인 6석(지역구 2석+비례대표 4석)밖에 받지 못했다.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이 일치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면 정의당은 27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21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험을 했다.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그 절반인 50%만 보장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다. 또 연동률 50%를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0석에만 적용하기로 상한선도 설정했다. 나머지 17석은 기존 병립형 방식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기로 했다.

A정당이 정당 득표율 12%, 지역구 당선자 20명을 얻었다면 전체 300석의 12%인 36석에서 지역구 당선 20석을 제외한 16석의 절반, 즉 8석을 보장받는 것이다. 기존 병립형이 적용되는 나머지 비례대표 17석에 대해서는 정당 득표율(12%)에 따라 2석이 보장된다.

제도 개편의 원래 취지는 정의당 등 정당 지지도보다 지역 기반이 약한 소수 정당을 고려한 것이었다. 반면 거대 양당은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을수록,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확보할 수 있는 비례의석이 줄어드는 구조다.

신재민 기자

그래서 자유한국당 등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지역구 의원이 많이 당선될수록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 다수당이 얻은 표의 가치가 온전히 다수당에 반영될 수 없으므로 평등선거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에 배분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계시켜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고도 했다. 비례대표 선출이 유권자의 투표에 의해 정해지지 않고, 인위적인 의석 배분기준에 의해 좌우돼 직접선거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투표가치를 왜곡하거나 선거 대표성의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에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정개특위 간사, 송기헌 원내수석, 김 의장,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 김상훈 정개특위 간사. 뉴스1

다만 헌재는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초래한 위성정당 창설에 대해선 제도 개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21대 총선에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창당되어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자를 추천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다른 어느 때보다 양당체제가 심화한 결과를 보여주었다”며 “선거법 189조 2항의 의석 배분 조항이 무력화되지 않고 선거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의 선거전략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2020년 1월 헌법소원 제기 직후,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기존 당명도 이를 연상케 하는 미래통합당으로 바꿨다.지역구 의석을 많이 확보할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손해보는 구조를 깨기 위한 꼼수였다.

그러자 이를 비판하던 민주당도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그해 3월 8일 창당했고, 정의당 등 군소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결국 21대 총선에서 양당은 비례대표 포함 민주당 180석, 미래통합당 103석을 차지하며 제도개편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여야는 위성정당 방지 공감대 아래 선거제 개편 논의를 다시 진행 중이다. 다만 각자 당론을 정하지 못한 탓에 공전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3월 ▶중대선거구(도농복합형)+권역별 비례 ▶대선거구제+전국비례 ▶소선거구+권역별·준연동형 비례제 등 3가지 결의안을 마련하고, 다음 달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까지 열었지만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로 지난 3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가동한 상황이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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