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선은 너무 강력한 벽… 혼령이 돼서 넘어가는 이야기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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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혼령이 된 후에도 휴전선 근처를 배회하며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던 노인이 DMZ 관광을 온 손자의 몸을 빌려 월북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장편소설 '핵가족'이 출간됐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타임·NPR 선정 '2022년 올해의 책', 서평 사이트 굿리즈 선정 '2022년 가장 기대되는 데뷔작'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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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혼령이 된 후에도 휴전선 근처를 배회하며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던 노인이 DMZ 관광을 온 손자의 몸을 빌려 월북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장편소설 ‘핵가족’이 출간됐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타임·NPR 선정 ‘2022년 올해의 책’, 서평 사이트 굿리즈 선정 ‘2022년 가장 기대되는 데뷔작’으로 뽑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 한요셉(조지프 한·31)은 전미도서재단이 선정하는 ‘35세 이하 가장 주목받는 작가 5인’에 이름을 올렸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살고 있는 한요셉은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20일 한국 기자들과 줌 인터뷰를 갖고 “삼팔선은 너무나 강력한 벽이라서 물리적으로는 물론이고 상상에서도 넘어가기 어렵다”면서 “그래서 혼령이 돼서 넘어가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하와이로 이민해 식당을 운영하는 한인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 가족 중에 나이 든 실향민 세대가 있다. 소설 속 가족은 작가의 실제 가족과 상당 부분 닮았다. 한요셉은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이 되기 전에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했다.
한요셉은 “소설에서 중요한 소재 중 하나가 이산가족인데, 제 이모 할머니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87세인 이모 할머니는 북한에서 태어났고 언니와 떨어져 남한에 왔다. 할머니는 평생 북한의 고향 땅을 밟고 싶어 하셨고 가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해 하셨다”고 얘기했다.
이어 “한국전쟁을 직접 겪었던 세대가 이제 사망하는 시점이고, 이들이 갖고 있었던 기억과 꿈도 사라지고 있다”면서 “후세대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국내에서는 흐릿해져가는 전쟁과 분단이란 주제를 환기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요셉은 한국전을 경험한 한인 가족 구성원이고 미군의 군사기지인 하와이에서 성장한 배경 속에서 전쟁 문제를 숙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와이는 왕국으로 존재했는데 미국이 전쟁의 필요에 의해 주로 복속시켰다. 군사기지와 전쟁은 지금도 하와이의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의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전쟁이 한국뿐 아니라 하와이에 사는 우리에게도,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꼈다”고 얘기했다.
소설은 한인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과 하와이, 조부모 세대와 손자 세대, 분단과 실향 등을 연결시키면서 전쟁이 주는 근본적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서, 또 평화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묵직한 주제들이지만 젊은 작가답게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간다. 작가는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의 트라우마는 강력하다. 그 기억이나 감정이 강력하고 생생하게 남아있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잊지 않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요셉은 최근 단편집을 막 탈고했다고 전했다. 하와이 교포사회를 배경으로 한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장편소설도 새로 쓰고 있는데 역시 하와이에 사는 교포들 이야기다. 그는 “‘핵가족’을 포함해 세 작품은 모두 하나의 시리즈로서 하와이 교포사회를 묘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로 소설을 쓰는 그는 “처음부터 미국 독자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썼다”며 “평생의 꿈이 제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는 것인데 그것이 이뤄져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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