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허무하게 갔다" 해병대원 영정 앞 오열…尹도 조화 보냈다

백경서, 이세영, 김하나 2023. 7. 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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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된 고 채수근 상병 빈소가 포항 해병대 1사단에 마련됐다.

20일 오후 3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실내체육관)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울음을 삼키며 헌화했고, 해병대원들이 차례로 고개를 숙인 채 채 상병을 추모했다. 채 상병 어머니는 아들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날 헌화에 앞서 채 상병 가족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붙잡고 울분을 토했다. 채 상병 어머니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왜 일 터지고 이렇게 뒷수습만 하냐”며 “사랑스럽고 기쁨을 준 아들이었는데 왜 이렇게 우리 아들을 허무하게 가게 하셨냐”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살아요”라고 울부짖었다. 김 사령관은 눈물을 흘리는 채 상병 부모 앞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뉴스1


전북 남원이 고향인 채 상병은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1학년을 마치고 지난 5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의 부친은 1996년 소방관으로 임용돼 아내와 결혼생활 10년 차에 어렵게 외아들 채 상병을 얻었다고 한다.

채 상병 가족과 같은 아파트에 살며 모임을 한다는 한 지인은 조문 전 취재진과 만나 “채 상병이 최근 자대 배치를 받고 엄마 생일이라고 투플러스 한우를 선물로 보냈었다”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 고인의 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날 빈소는 윤석열 대통령, 해병대가족모임, 해군참모총장,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등에서 보낸 화환과 조기로 가득 찼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우 도지사,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았다. 김 대표는 방명록에 “숭고한 희생에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해병대 1사단은 채 상병 빈소를 일반인이 조문할 수 있도록 유족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조문은 오는 21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상병 장례는 해병대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쯤 진행된다. 채 상병은 현충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채 상병은 20일 해병대 1사단장이 상병 추서 진급을 승인해 사고 당시 계급인 일병이 아닌 상병으로 장례를 치르게 됐다.

해병대는 이날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 명복을 빈다”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의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해병대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부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보문교 부근에서 수색 작업에 나선 해병대원은 39명으로, 이들은 일렬로 4m 정도 거리를 두고 9명씩 ‘인간띠’를 만들어 하천 바닥을 수색했다. 채 상병과 동료 2명은 물속 발아래 지반이 꺼지면서 급류에 휩쓸렸다. 동료들은 수영해서 빠져나왔지만, 채 상병은 급류에 그대로 떠내려갔다.

아들 실종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채 상병 부모는 오열했다. 부친은 중대장에게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 이거 살인 아닌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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