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 미만’…성평등지수 상위국 사는 여성 비율
한국 ‘의사결정부문’에서 여성 대표성 다른 나라보다 크게 떨어져
‘1% 미만’.
전 세계에서 성평등지수가 높은 국가에 거주하는 여성 인구의 비율이 이와 같다는 UN의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유엔여성기구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지난 18일(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여성 딜리버리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 세계에서 성평등지수가 높은 국가에 사는 여성 인구의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 간 완전한 성평등을 이룬 국가는 없었다.
이번 보고서에는 두 유엔 기구가 공동 개발한 여성임파워먼트지수(WEI)와 글로벌성평등지수(GGPI)가 처음으로 소개됐다.
UNDP는 “기존에 절대 지수와 상대 지수를 개별적으로 제시하던 관행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엔 두 지수가 각각 제시되다보니 국가 간 성평등 수준을 비교할 때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한 지수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은 상대 지수인 성격차지수(GGI)에서는 2021년 156개국 가운데 102위를 차지했지만, 절대 지수인 성불평등지수(GII)에서는 2020년 189개국 가운데 11위에 올라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았다.
GII는 남녀 비교가 아닌 여성 삶의 절대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인 만큼 한국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 사회 수준 자체가 높아진 결과다. 반면 GGI는 각국의 발전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 삶의 격차만을 비교하는 지표다보니 한국이 일부 저개발국가보다 낮은 성적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 지수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WEI와 GGPI는 여성의 절대적 권리 수준과 남녀 간 상대적 격차를 모두 측정한다.
WEI는 특히 여성의 건강·보건, 교육, 참여, 의사결정,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등 다섯 가지 인간 개발 과정의 영역을 평가한다. GGPI는 인간 개발 과정에서 남성과 비교해 여성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상대적으로 평가한다.
유엔여성기구와 유엔개발계획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 세계 114개 국가를 WEI와 GGPI 기준 각각 ‘상’(0.8 이상∼1.0), ‘중상’(0.7 이상 0.8 미만), ‘중하’(0.6 이상 0.7 미만), ‘하’(0.6미만)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 전세계 1% 미만의 여성만이 WEI와 GGPI 모두 ‘상’인 국가에 거주하고 있었다.
반면 세계 여성 인구 90% 이상인 31억명은 WEI와 GGPI가 모두 ‘중상’ ‘중하’ 혹은 ‘하’ 그룹인 국가에 살고 있었다.
또 세계 여성 인구 8%는 GGPI는 ‘상’이면서 WEI는 중하위 그룹인 국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UNDP는 이에 대해 “성 격차가 작다고 해서 반드시 여성의 권리가 높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두 지수 모두에서 ‘상’ 그룹에 속한 나라는 호주, 벨기에,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6개국이었다. 일본은 두 지수 모두 ‘중하’, 미국과 독일은 ‘중상’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WEI는 ‘중상’, GGPI는 ‘상’ 그룹에 속했으며, 중국은 각각 ‘중하’와 ‘중상’ 그룹에 들었다.
전 세계 평균은 WEI는 0.607로 ‘중하’, GGPI는 0.721로 ‘중상’이었다. 두 지표 중 하나라도 만점인 ‘1’에 달해 완전한 성평등을 달성한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한편 한국은 ‘6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참여율’ 통계가 누락돼 이번 WEI 지수 산정에서 빠졌다.
이를 빼고 나머지 공개된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의사 결정 부문’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회에서 여성 의석 비율은 한국이 19.1%로 세계 평균인 26.3%보다 낮았다. 여성 관리자의 비율 역시 14.6%로 세계 평균인 31.2%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교육 수준에서는 한국이 앞서갔다. ‘중등교육을 마친 여성 인구 비율’에서 한국은 74.8%로 세계 평균(43.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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