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역사상 가장 더운 7월'에 獨의사들 "시에스타 도입하자"
미국·유럽·아시아 대륙 기온이 연일 40~50도에 달하는 가운데 이 달이 역사상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악의 폭염 탓에 일부 국가에서 열사병·탈수증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에 취약 계층 피해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1940년 관측 이래 이번 7월이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되리라고 분석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통신에 "지난 15일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볕더위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자 WHO는 이날 "각국 정부는 취약 계층 피해를 관리할 강력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처럼 이상기후로 인한 사상자도 특별 관리 대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과도한 열에 노출되면 조기 사망과 장애를 초래한다"면서 "극심한 더위는 특히 노인·유아·노숙자 등 취약계층에 피해를 준다"고 경고했다.
독일 공중위생의사회는 독일에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전통인 '시에스타(유럽식 낮잠)'를 도입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시에스타는 아침에 집중해 일한 뒤 점심시간 후에 낮잠·휴식을 취하고 저녁에 다시 일하는 관습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요하네스 니센 독일연방공중보건의사회 회장은 "시원한 아침·저녁 시간대에 일하는 것은 노동자의 위험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도 "여름철 시에스타는 나쁜 제안은 아니다"면서 의학적으로 이해가 간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다만 근무시간 조정은 기업 상황에 맡긴다"고 덧붙였다. 포브스 저팬에 따르면 시에스타는 낮잠 이후 다시 근무해야 해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인기를 잃었다가 이번 폭염을 계기로 스페인 일부에서 부활하는 분위기다.
폭염 속 美 집배원 사망…근무시간 1시간 당기기도
미국에서는 불볕더위를 피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사례도 나온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올여름 우편 배달원이 근무 중 배달 나간 집 정원에서 숨진 사고를 계기로 미국 우정공사(USPS)가 근무 시작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고 포브스가 전했다.
플로리다 주에선 일부 배달원들이 "에어컨 미비 차량에서 차내 온도가 60도여도 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1년 이후 더위 속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436명이다.
인도에선 노동 당국이 주(州) 정부에 노동시간을 조정하고 노동자에게 음료수·빙수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이탈리아 남부 일부에서는 공장 노동자들이 폭염을 피해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교대 근무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앞서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여름 마드리드에서 환경미화원이 40도를 웃도는 환경에서 일하다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무더위 속에서 실외 작업 금지, 근무시간 조정 등의 대책이 나왔다.
영국 물리학회(IOP)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은 세계에서 연간 6500억 시간에 달한다. 더위와 관련된 노동생산성 손실액은 연간 2조 달러(약 2531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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