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서믿음 2023. 7.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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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특히 그 도움이 자신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타인에게는 아주 사소한 종류인 경우를 그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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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져온 장강명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다. 표제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이 시대에 어떻게 질문하는지, 왜 질문하는지, 무엇을 염려하는지 확인하게” 해준다는 심사평을 받은 심훈문학대상 수상작이다. 그 외에 일본의 권위 있는 SF 문학상인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총 7편을 수록했다. 1990년대부터 SF에 관한 글을 발표해왔고, 2001년까지 직접 월간SF웹진을 운영해온 작가는 SF에 관한 애정과 소양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라고 스스로 명명한다. STS란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다. 과학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우리 사회에 실존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으므로 “문학이 여기에 대응해야 하며, 대응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다 주관적 현실 속에서 삽니다. 그리고 누구한테나 크건 작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객관적 사실이 있는 거고요. 저희한테는 지난 대선 결과가 그랬죠. 어떤 치들은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면서 부정투표네, 개표 조작이 있었네 하고 음모론을 떠벌렸죠. 주관적 현실을 들고 객관적 사실과 싸우려 한 거죠.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선 결과가 농담 같았고, 그냥 그걸 농담으로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17쪽

“증강현실 기술 이전에도 꿈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았어요. 아니, 인간은 모두 어느 정도 그래요. 우리는 매 순간 복잡한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요.”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24쪽

“우리는 금성에 머무르면서 외로워하고 기뻐하고 욕망하고 결단하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그런 고민을 인간의 시계에 맞춰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배우 겸 초벌 각본가가요.” - 「당신은 뜨거운 별에」, 65쪽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오래도록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라. 특히 그 도움이 자신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타인에게는 아주 사소한 종류인 경우를 그려보라. 결국엔 누구나 스스로를 처절하게 버림받은 존재로 느끼게 되고야 만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과 자신과의 거리를 계산하게 된다. - 「당신은 뜨거운 별에」, 97쪽

아인슈타인 박사는 “타인의 마음은 우리에게 달보다 더 아득히 먼 곳”이라고 말했다. (…) 우리가 다른 사람의 환희와 고통을 바로 그 사람이 느낀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인의 삶, 단체의 규칙, 정치와 사회정책, 문화가 모두 바뀔 것이고, 더 나아가 문명 전체가 변화할 것”이라며 아인슈타인 박사는 힘주어 말했다. -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126~127쪽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404쪽 | 1만7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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