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남아공 브릭스 회의 왕이 참가…친강 ‘증발’ 장기화 전망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째(20일 기준) 공개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각종 외교 무대에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활발한 외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왕이 정치국 위원이 오는 24~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13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고위급 안보 회의에 참석한다”며 “회의 전후로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공, 터키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대변인의 발표 직후 한 외신 기자가 “이번 순방단에 친강 외교부장이 포함되나”라고 물었지만 마오 대변인은 “추가할 소식이 없다”며 일축했다.
브릭스 고위급 안보 회의는 초기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참석했지만 지난 2018년부터는 양제츠(楊潔篪) 정치국 위원이 외사판공실 주임 신분으로 참석해왔다. 이 때문에 올해 왕 위원의 참석이 관례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다만 친 부장이 지난달 25일 이후 25일째 사라진 상태인 데다 외교 당국의 공식 설명도 없이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어 왕 위원의 행보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왕 위원의 남아공 순방은 8월 22~24일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해외 순방의 사전 답사를 겸하고 있어 친 부장의 ‘증발’이 다음 달까지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북한이 이른바 ‘전승절’로 부르는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할중국 측 고위 인사의 인선도 주목된다. 지난 2013년 60주년에는 리위안차오(李源潮) 당시 국가부주석이 참석했고, 2018년 65주년에는 쿵쉬안유(孔鉉佑) 당시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참석했다. 친 부장이 잠적하기 전까지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국면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북·중 우호를 고려해 국무위원급인 친 부장의 방문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키신저 만난 왕이 “중국 포위할 수 없을 것”
중국중앙방송(CC-TV) 사이트에 마련된 중국 당정 수뇌부의 동정 페이지 역시 왕 위원과 친 부장의 대조적인 현실을 잘 보여준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스리랑카 외교장관, 카리브해 섬나라인 바베이도스 총리와 리창(李强) 총리의 회담에 배석한 뉴스 이후 업데이트가 멈춘 상태다. 반면 왕 위원의 사이트에는 지난 11일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접견을 비롯해 촌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 접견까지 마치 외교부장직에 복귀한 듯 활발한 동정이 소개된 상태다.
특히 19일에는 베이징을 찾은 100세의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라오펑유(老朋友·옛친구)와 박사 호칭으로 깍듯이 예를 갖췄다. 그는 이날 “중국을 바꾸려는 시도는 불가능하고, 중국을 포위 억제하려는 것은 더욱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는 키신저식의 외교 지혜와 닉슨식 정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CC-TV가 보도했다.
“불투명한 中 시스템에 부정적 인식 부채질”
친 부장의 ‘증발’을 처리하는 베이징의 방식에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제기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인터넷 환경은 국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된다”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언급했던 사실이 (중국 인터넷상에서) 금지된 것과 대조적으로 친 부장의 건강과 행적에 대한 일부 소문은 유포되도록 허용됐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친 부장의 부재와 베이징의 처리를 보면 중국이 더욱 권위주의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의심할 바 없이 중국의 1인 정치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외국 정부와 투자자들이 예측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즈췬 미국 버크넬대학 정치학과 교수도 “이번 친 부장 미스터리는 중국의 불투명한 시스템에 부정적인 인식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 부장의 부재가 더 길어질수록 상처 없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며 “모든 징후를 고려할 때 건강이 주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그가 돌아온다고 해도 SNS에 드러난 소문과 억측으로 그의 명성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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