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시진핑 방한 위해 사드 평가 미뤘다…국방부 문서 입수
문재인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절차를 지연하는 과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적 결정에서조차 중국을 의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中 최고위급 방한" 수차례 언급
19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등 유관 부처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미루기로 결정하면서 수차례 시 주석의 방한을 언급한다.
2019년 12월 4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외교부, 환경부가 참여한 과장급 회의 결과 보고서에서는 “외교 현안 등을 고려할 때 연내에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 구성에 착수하기 곤란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대안 중 하나로 “미 측과 시기 조정에 대한 협조가 가능할 경우 민감한 외교현안* 소화한 후 뒤 4월경 재검토”라고 적었다. *표시에 대한 설명으로 ‘중국 최고위급 방한, 방위비분담금 협의 등’이라고 명시했다.
또 “12월 계획된 고위급 교류(외교부장 방한(12.4), VIP 방중(12.24.))에 영향이 불가피해 연내 추진이 제한”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중국 최고위급의 방한을 일본 방문시기(20.4월 예상)와 연계해 추진 중”이라고 강조하면서다. VIP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중국 최고위급은 시 주석을 뜻한다.
北 대화 위해 中 협력 절실했나
문건이 작성된 2019년 12월은 앞서 같은 해 2월 ‘하노이 노 딜’로 북‧미 및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자 문 정부가 타개책을 찾기 위해 몰두하던 시기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는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한 시기였다”며 “한한령 등 사드 보복의 완전한 해소 등도 한‧중 간 이슈였지만, 북한 문제에서의 협력 역시 정부가 집중하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결국 정부가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늦춘 사실이 국방부 문서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시 주석은 2020년 4월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었고, 문 정부는 이를 계기로 시 주석이 한국도 찾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시 주석의 방일 계획은 무산됐고, 방한 역시 흐지부지됐다.
다른 문건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정상적으로 실시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내용이 나온다. 2020년 7월 작성된 ‘성주기지 환경영향평가 추진 계획 보고’ 문건에는 중국의 반응과 관련해 “향후 환평(환경영향평가) 절차 진행시 사드 체계 최종 배치를 위한 과정으로 평가해 강도높은 대응 예상”이라고 돼 있다. 이어 “최고위급의 연내 방한에 대해 양국이 공감하고 있으나, 구체 일정은 미정”이라며 또 시 주석의 방한을 언급한다.
구체적으로 평가협의회 구성 시기에 대해서도 “현장 상황과 대외 환경을 고려해 8월이 적절”이라며 “북‧미회담, 중국 최고위급 방한 등 주요 외교 현안이 예정돼 있지 않아 대외관계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시 주석의 방한 여부를 환경영향평가 관련 일정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계속 연결짓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 “환평 추진은 계획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며, 현재 주민‧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세 정상적 절차 진행이 어려움을 설명”한다고 대응 방안을 적었다. 이는 마치 ‘어차피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는 힘들다’고 중국을 안심시키자는 취지처럼 읽힐 여지가 있다.
"대다수 주민, 사드 반대 관심 저하"
문 정부가 그간 환경영향평가 지연의 주된 이유로 들었던 주민 반발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는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20년 9월 작성된 ‘성주기지 운용 정상화 방안 보고’에서는 “대다수 주민들은 사드 관심도가 저하돼 반대집회 미참여 및 추수기간 도래에 따라 생계유지 활동에 치중”이라고 적었다. 또 “반대단체와 일부 주민은 무조건적으로 협상을 거부하나, 지자체는 정부가 지역지원사업 적극 이행 노력 시 주민 설득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시점에서 이미 사드 배치 반대는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주도할 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문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환경영향평가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신원식 의원은 “문건들을 통해 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환경평가협의회 구성을 기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당초 국방부가 왜 외교 현안까지 걱정해 환평협의회 구성 시기를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인지,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감사 등을 통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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