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비상 "폭우 쏟아지면 6330개 지방하천·소하천이 뇌관"
이번 주말 전국적 폭우가 예상되자 정치권에서는 수해 재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말에 또다시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며 “4대강 사업 이후 방치됐던 지류·지천 정비사업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중호우가 앞으로 더 심각할 텐데 지역마다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홍수방지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도심 내 수해를 막기 위한 빗물저류배수시설 증설도 주문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피해 복구와 홍수방지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함께 발 벗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권이 제기하는 ‘물 관리 주무부처 재이관’(환경부→국토교통부) 논의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은 재난의 원인을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지 말라”며 “현 정부의 위기 대응시스템에서 문제를 찾기보다 남 탓을 하고 있다.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문재인 정부가 물 관리 주무부처를 2022년 1월부터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을 이번 수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박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처럼 여름철 폭우가 반복되면 전국 6630개에 달하는 지방하천·소하천의 범람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천법 등에 따르면 전국 하천은 2021년 기준으로 국가하천(137개·환경부 관리), 지방하천(2424개·지자체 관리), 소하천(3906개·행정안전부 및 지자체 관리)으로 나뉘는데, 국가하천보다 지방하천·소하천의 정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재정분권 정책 및 지방이양 사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제방보강 완료비율을 의미하는 ‘하천정비율’(2021년 기준)은 지방하천이 77.5%로 국가하천(95.0%)보다 낮았다. 그간 집중호우의 피해도 주로 지방하천 유역에서 발생했다. 2017~2022년 지방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액은 2731억2700만원(83.8%)으로 국가하천(529억2300만원·16.2%)보다 훨씬 컸다.
이번 폭우에서 범람 위기를 겪은 무심천(청주)·제민천(공주)이 지방하천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범람해 10명의 사망자를 낸 포항 냉천도 지방하천이어서 경북도·포항시의 책임소홀 문제가 제기됐었다. ‘오송 지하차도’ 참변의 원인이 된 미호강 역시 지난해 7월 국가하천으로 승격되기 전에는 지방하천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주로 지류·지천인 지방하천은 강폭이 비교적 좁아 집중호우 시 강물이 삽시간에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하천 정비율이 낮은 것은 2020년 지방분권 방침에 따라 지방하천에 대한 중앙정부 재원지원이 끊기면서 준설(浚渫)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을 강화해 하천·교통·상하수도 등 인프라를 직접 지자체가 알맞게 구축토록 하겠다는 취지로 지방분권을 추진했다. 하지만 세원이 적은 지자체로서는 치수(治水)관리를 후순위에 둘 수밖에 없어 지방하천 정비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석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지자체로서는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지방하천 정비사업 예산을 적극적으로 따낼 유인이 적을 수 있다”며 “제방공사같은 중대한 사업은 중앙정부가 국고를 투입해 발 빠르게 진행해야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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