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람]책에서 답 찾는 독서 예찬론자 "남을 위해 살 때 진짜 성공"
진짜 인생 살아보자 결심
책 탐닉하며 독서 가치 설파
"동영상이 엔진오일이라면 책은 휘발유…변화 이끌어"
고명환 작가는 책에서 인생의 답을 길어내는 독서 예찬론자다. 2005년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던 게 계기가 됐다. 진짜 내 인생을 살아보자며 책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지식이 한계치를 넘어서자 흘러가기 시작했다. 독서의 지식을 삶의 지혜로 활용했고 그렇게 삶을 새롭게 정돈했다. ‘배워서 나누자’라는 심정으로 독서 가치를 설파했다. 지난달 출간한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얻는가(라곰)’도 그 일환이다.
독서의 관점에서 고 작가는 사람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구분한다. ▲주어진 일을 하며 되는대로 사는 낙타 ▲일을 취사선택할 수 있지만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자 ▲욕심 없이 남을 위해 살지만 선순환의 영향으로 득을 보는 어린아이. 나를 위해 살기보다 남을 위해 살 때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어린아이’ 같은 고명환 대표를 강서구 마곡동의 ‘고명환의 메밀박이’ 식당에서 마주했다.
-독서 예찬론을 펴온 지 벌써 수년째다. 저서와 강연 등으로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특별하게 느낀 변화가 있나.
▲사실 예전에는 책에 관한 믿음이 ‘아마 이럴 거다’ ‘이렇게 하면 좋을 거다’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린아이 단계에 이르렀다고 확신한다. 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책이 느린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동영상과는 다르다. 유튜브 강연을 보면 그 순간에는 이해하는 것 같지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게 문제다. 심장이 뒤집어져야 한다.
-심장이 뒤집어진다는 건 무슨 뜻인가.
▲종교에서 쓰는 말로 ‘회심(回心)’이라고 할 만큼의 큰 변화다. 어릴 적 동네에 눈만 마주쳐도 무서운 형이 있었다. ‘야 이리 와봐’ 소리만 들어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성경책을 들고 다니더니 사람을 도와주기 시작하고 미소도 너무 아름다워졌다. 그 정도의 변화를 심장이 뒤집어졌다고 표현한다.
-삶이 변하는 데 동영상보다 책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동영상이 엔진오일이라면 책은 휘발유다. 독서는 매일 하고, 동영상은 열정이 떨어졌을 때 4~5개월에 한 번씩 보면 된다. 동영상으로 의욕은 충전할 수 있어도 심장을 뒤집을 순 없다. 동영상은 길어야 2~3일이다. 하지만 책은 ‘어~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관성대로 사는 삶을 변화로 이끈다. 책 속 은유를 직접 해석해서 깨달아야 평생의 원동력이 된다. 성철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처럼 은유로만 얘기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문장을 껴안고 살면서 자기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답을 찾은 일화가 궁금하다.
▲책 ‘그리스인 조르바’에 보면 "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는 구절이 나온다. 성경의 ‘네 이웃을 사랑해라’와 같은 맥락이다. 남을 도우면 오히려 자신이 더 행복해진다는 비밀이 숨어 있다. 이걸 깨닫는 순간 전 심장이 뒤집어졌다. 남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아졌다. 마케팅적으로 계산해서 베풀고, 보답을 바라고 주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선순환이다. 베풀면 결국은 돌아온다. 실제로 현재 운영하는 음식점에서도 40% 마진 남길 수 있는 걸 20%만 남긴다. 빨리 10억원 버는 것보다 느리게 100억~1000억원 버는 게 낫다고 본다.
-현대 사회에서 불행감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독서를 통해 그런 감정을 모두 버렸다고 했는데.
▲결과 위주로만 생각하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대학만 가면… 건물주가 되면… 연봉이 2억이 되면… 대다수가 목표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살고 있다. 교육과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거다. 인간은 원래 과정을 즐기는 동물이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한 발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막상 정상에 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백이면 백 공허하다고 한다. 독서를 하면 해보기 전에 깨달을 수 있다.
황새는 날아서/말은 뛰어서/거북이는 걸어서/달팽이는 기어서/굼벵이는 굴렀는데/한 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이란 시다. 대부분 황새의 속도를 부러워하는 데서 불행이 시작된다. 달팽이 속도를 견디지 못한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비교하면서 쉽게 포기한다. 책을 읽으면 무엇보다 자신만의 속도를 알게 된다.
-일주일에 3번 도서관에 가서 30분씩 책을 읽고, 하루 5분 긍정 확언을 외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싹 사라진다고 확언했다. 크게 어렵지 않은 방법인데 왜 많은 사람이 여전히 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서둘러서 그렇다. 루틴이 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럼 힘든 마음이 정말로 싹 사라진다. 거창할 필요 없다. 하루 5분 루틴을 유지하면 된다. 6개월 정도 하고 왜 변화가 없냐고 포기하지 마라. 행복해지는 순간이 분명 찾아온다. 저는 ‘독서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라는 말을 이제는 완전히 이해한다. 저 역시 처음에는 독서를 돈 벌고, 성공하고, 몸값 올리는 수단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두려움이 잘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른 시간 도서관에 고급 차가 많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독서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뜻인데, 사실 여력이 되면 책을 사서 자신만의 공간에서 봐도 되지 않나.
▲도서관에서 하는 생각의 차이가 크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으로 살이 빠지지만, 그 정도로 바삐 오가는 세일즈맨들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 체력 소모가 커도 일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뇌는 일할 때 일 모드, 운동할 때 운동 모드로 변한다. 집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써봤지만 도서관에서의 깨달음과 차이가 컸다. 도서관에서는 창의적이고 유용한 아이디어가 막 나온다. 집에서 100번 되놰야 할 걸 도서관에서는 10번만 해도 된다. 도서관에 가는 순간 모드가 전환된다. 그럼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쓸 수 있다. 도서관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 스케줄도 압축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운 사람과 허겁지겁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분들(고급 차의 주인들)도 그걸 아는 거다.
-책 자체가 정답이라기보다 자기화 과정을 통해 삶에 적용하는 게 관건일 텐데, 처음엔 무조건적 독서를 견뎌내야 하나.
▲안 읽던 책을 보면 힘든 게 당연하다. 뇌는 에너지를 최소로 쓰려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집중하기를 싫어한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다 보면 운동할 때보다 더 배고픈 데는 이유가 있다. 졸음도 뇌가 쉬려고 하면서 오는 거다. 이럴 때는 뇌에 명령을 내리면 된다. ‘나 안 피곤하거든, 독서해야 하니까 나 졸리게 하지 마’라고 하면 진짜 안 졸린다. 어른이든, 아이든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 집기 전에 책부터 집어 한 줄만 소리 내 읽어봐라. 그럼 뇌가 ‘이 사람은 책과 가까운 사람이구나’라고 알아차린다. 누구나 인생에서 책 읽어야 할 시기가 온다. 이때를 잘 넘어가야 책 읽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책은 30권씩 동시에 읽어도 좋다. 엉망진창 같아도 섞이는 중에 엄청난 창의력이 마구 튀어나온다.
-앞에서 어린아이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전 낙타, 사자 단계와의 차이 중 하나는 타인을 향한 선함인가.
▲사자는 나만의 삶을 추구하지만 어린아이는 남을 위한다. 죽음을 연구한 논문을 보면 사람들이 죽기 전에 제일 많이 하는 후회가 남을 사랑하지 못하고 나만 챙기다 죽는 거였다. 역설적이게도 나만 챙기지만 실제로 대부분이 나로 살지 못했다. 니체는 본래 사람은 남을 위하면서 나답게 사는 어린아이 단계였다가 교육과 사회 분위기에 몰려 낙타로 변한다고 했다. 짐을 지고 힘겹게 살면서도 무슨 짐을 졌는지조차 모르는 낙타, 실제로 월급만 보면서 자신의 일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자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자신을 위해 살아봤자 그 끝에는 공허함뿐이다. 이건 목표를 이룬 사람들이 똑같이 하는 말이다. 남을 도울 때 기쁨을 얻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도움은 선순환으로 내게 돌아온다.
-어떻게 남을 돕고 있나.
▲바둑에서 묘수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수다. 이런 수는 대개 주변 사람이 더 잘 보게 되는데, 그건 승리나 상금에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욕심 없이 사람들을 돕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제 고향인 경북 상주의 축협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에서 강연하면서 자발적으로 한우 브랜딩을 해드렸다. 사실 성주 한우가 횡성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지녔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운전하며 가는 길에 ‘상주는 한우’란 브랜드를 네이밍했고, 내친김에 트로트풍의 로고송도 만들었다. "금상~ 은상~ 모든 상~ 상주는 한우~ 맛있어서 상주는 한우~ 건강해서 상주는 한우." 개그맨 후배들과 가서 쇼츠 영상도 만들 예정이다. 뭘 바라기보다 진심으로 뭔가를 해 드리고 싶었다. 남을 위하는 게 나를 위한 것이란 믿음이 있다. 누가 알겠나. 잘돼서 브랜드 가치가 생기면 제가 홍보 모델을 하게 될지.(웃음)
-원하는 삶을 이뤄냈나. 다음 목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95% 정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을 찾았다. 내 안의 잠든 거인을 깨우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 개그맨 고명환부터 요식업 최고경영자(CEO),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이번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벌써 1만부가 팔렸다. 5만원에서 시작해 이제는 500만원을 받는 강연자이기도 하다. 다음 거인은 300억원 규모의 도서관 관장이다. 이미 계획이 다 있다. 오십 평생 최고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웃음). 이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접신해서 들어온 게 아니다. 원래 제 안에 있던 게 독서로 발현된 거다.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깨어날 거인들이 너무 궁금하다. 용기 내 도전하다 아름다운 죽음을 맞고 싶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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