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동안 현대비앤지스틸에서 3명 사망... 사업주 구속 요건"
[윤성효 기자]
▲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 |
ⓒ 금속노조 |
현대비앤지스틸 경남 창원공장에서 11개월 동안 노동자 3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해 크레인 코일 낙하 등 총 4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뿐만 아니라 당진·광주공장에 대해서도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정의선 회장, 이선우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 조합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경남지부,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0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1개월 동안 3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업주 구속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는 지난 2022년 9월 16일과 10월 4일, 크레인 점검 및 11톤 코일 밴딩작업 중에 노동자들이 사망한 사고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지난 7월 18일 코일 가이드 테이블 보수작업 중 1명이 사망하는 등 지금까지 노동자 3명이 작업 중 사망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올해 3월 두 차례 크레인 코일 주행 중 낙하 2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금속노조 현대비앤지스틸지회에 따르면 회사 측에 노후설비 개선과 인원충원을 요구했지만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고용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전체 공정에 대한 합동특별점검 등을 요구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진단평가 제대로 했다면 이번 사고 없었을 것"
▲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 잇따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0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
ⓒ 윤성효 |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잇따른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현대비엔지스틸에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체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는 현대비엔지스틸 전체 공정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진단과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안전대책 마련 전까지 동일유사설비에 대해 전면적인 작업중지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3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비엔지스틸 경영책임자에 대해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하라", "노조의 안전조치요구 불이행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책임자를 엄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중대재해 트라우마 대응 매뉴얼에 따라 목격자, 작업자 포함 동일업무 노동자들에 대해 상담 및 치료 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연이은 중대재해 발생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창원고용노동지청 관련자에 대해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현대비앤지스틸 전체 공정에 대한 작업중지명령과 함께 특별근로감독, 사업주에 대한 구속을 촉구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공정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 자리에서 조재승 현대비앤지스틸 지회장은 울먹이면서 "마음이 무겁다. 지난 3월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전체 공정에 대해 안전진단평가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다, 경영진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 잇따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0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고, 이후 김재훈 창원고용노동지청장과 간담회를 했다. |
ⓒ 윤성효 |
금속노조,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뒤 창원고용노동지청 대회의실에서 김재훈 지청장을 만나 현대비앤지스틸 사고에 대해 논의했다.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고용노동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업주에 대한 신속한 처벌이 있었다면 사망사고는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체 공정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승 지회장은 "지난 3월 우리가 공문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와 회사는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원고용노동지청장이 어제 (이선우) 대표이사를 만났는데, 대표이사는 유가족을 왜 만나지 않느냐. 사과조차 없다. 지금까지 회사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은 사흘이 되어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회사에서 노동자가 죽으면 진정한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가 죽기 전에 고용노동부가 대책을 세워 근로감독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죽고 나서 이러느냐. 행정지도를 올바르게 했다면 사고가 났겠느냐"고 따졌다.
13년째 일하고 있다고 한 대의원은 "지난 5월에 위험성 평가를 했는데 이전과 같은 내용을 적어 냈다.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바뀌지 않기에 위험성 평가를 적어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재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고 현장을 가보았는데 볼트와 너트의 규격이 맞지 않았다. 한마디로 설비가 노후화된 게 사고의 원인이라고 본다"며 "다른 36개 라인에 18개 가이드테이블이 있는데, 한 크레인의 제작연도를 보니 1976년이더라. 회사가 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 잇따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0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고, 이후 김재훈 창원고용노동지청장과 간담회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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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자리에서는 지난 18일 발생한 산재사고와 관련해 노동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기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종근 현대비앤지스틸지회 사무장은 "조합원들은 불안해한다. 다른 라인에서 언제 다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조합원들이 괜찮겠느냐고 묻는다"며 "전체 공정을 세워놓고 교육을 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 출근하기가 무섭다는 조합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다른 사업장의 경우 산재사망사고가 나면 공장을 세우고, 교육과 점검을 한다. 그런데 현대비앤지스틸은 그런 게 없다"면서 "고용노동부가 지금 당장 현장에 나가서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고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재훈 지청장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사는 부산고용노동청에서 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과 10월 사고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21일) 현장에 나가 전체 공정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볼 예정이다. 제대로 살펴보겠다.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인데 현대비앤지스틸의 다른 사업장(광주·당진)도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대표이사를 만나 시설이라든지 설계 등에 대해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 잇따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0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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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 잇따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0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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