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 임시 제방 붕괴로 집 잃고 농사도 망쳐”...오송 지하차도 일대 주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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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도움 요청에도 시청 직원 안 와”
“하수도관에서 꿀렁꿀렁 소리가 나서 현관문을 열었더니 이미 무릎까지 물이 차 있었어요.”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리에서 만난 이신희(52)씨가 미호강 범람 당일(15일) 상황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이씨가 사는 마을은 이번 폭우로 무너진 미호천교 임시 제방에서 서남쪽 1.3㎞ 거리에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임시 제방 붕괴가 시작한 시각은 15일 오전 8시10분. 미호강에서 급격히 밀려들어 온 강물은 오전 8시40분 침수사고가 난 궁평2 지하차도를 덮친 뒤 오전 11시20분쯤 이씨 마을까지 밀고 올라왔다.
이씨는 “멀찌감치 보이는 농경지와 비닐하우스는 집을 나올 때 침수돼 있었다”며 “자동차 보닛 바로 밑까지 물이 차 있어 집 열쇠와 휴대전화만 챙겨서 아들과 함께 겨우 마을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는 “임시 제방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마을이 물에 잠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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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제방 터지면서 궁평·오송·서평리 침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에서 불거진 허술한 청주시 재난대응 체계는 오송읍 주민 대피 과정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11시28분~낮 12시15분까지 5차례에 걸쳐 청주시 흥덕구청(민원콜)쪽에 마을 침수 사실을 알렸으나, 현장에 나와 대피명령을 내리는 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며 “옆집에 사는 80대 노부부가 고립되는 바람에 둘째 아들이 낮 12시쯤 2명을 구했다. 아들 목까지 물이 차올라 3명이 건물 외벽을 잡고 마을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닷새 전 미호강 범람으로 오송읍 궁평·오송·서평리 일대가 침수해 현재 농경지 600㏊, 시설하우스 110㏊가 작물 피해를 봤다. 19일 기준 주택 침수 26건이지만, 접수가 잇따르면서 피해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기르던 애호박과 방울토마토·고추 등 피해가 컸다.
궁평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임시 제방 붕괴가 오송읍 수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 입을 모았다. 최언년(87)씨는 “평생 오송에 살면서 미호강이 범람해 뜰 전체가 침수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수해 때문에 피난 가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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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일찍 갔어도 바뀔 것 없어” 논란
주택이 침수돼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주민들은 오송읍행정복지센터 복지회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모여 있었다. 이곳에 45세대 82명이 텐트를 집 삼아 지내고 있다. 이모(65)씨는 “집은 침수되지 않았지만, 강물이 넘치면서 마을 앞까지 대형 짚더미와 가재도구가 떠내려왔다”며 “집으로 가는 길이 망가져 아직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김연희(90)씨는 “벽돌로 지은 집에 물이 흘러들어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됐다”며 “그동안 키워온 고추·참깨밭이 다 망가져서 속상하다. 도배와 장판은 행정기관에서 꼭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임시 제방 붕괴와 미흡한 교통통제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차도에 차량이 멈춰 서면서 안에 있던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북도는 20일부터 일주일 동안 도청 민원실 앞 로비에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조문 첫날 분향소를 방문한 김영환 충북지사는 “(내가) 거기(사고 현장)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다.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오전 지하차도와 임시 제방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지하차도 안 배수펌프 작동 여부와 임시 제방을 규정대로 쌓았는지가 우선 확인 대상이다. 행정기관 대응조치도 조사한다.
청주=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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