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대학생, 2심서도 살인 인정 안 돼…징역 2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및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금지 명령도 유지
法 "살인, 결과뿐 아니라 고의도 엄격히 입증해야…추가 증거로 고의성 인정 어려워"
"피고인, 1·2심서 각각 1억원 공탁했지만…유족, 받지 않겠다고 했으며 엄벌 탄원"
"피해자 유족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해…지난주 토요일 피해자 기일, 속죄하라"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학생이 지난 2022년 7월 17일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걸어 나오고 있다.ⓒ뉴시스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창밖으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2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 박은영 김선아 부장판사)는 이날 전 인하대생 A(21)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이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금지 명령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결과뿐 아니라 고의도 엄격히 입증해야 하고 그 책임은 공소한 검찰에게 있다"며 "법의학자 증언 등을 고려하면 검찰이 제시한 추가 증거를 보더라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검찰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용서를 구하면서 1심에서 1억원과 2심에서 1억원을 추가로 공탁했지만 유족 측은 받지 않겠다는 일관된 의사를 보이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나이와 범행 전후 과정 등을 판단해 원심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원망의 정도를 헤아릴 수 없다"며 "피해자 유족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지난주 토요일이 피해자 기일이었다. 속죄하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 단과대학 건물 2~3층에서 술에 취한 동급생 B 씨를 성폭행하고 창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피해자가 8ｍ 높이의 건물 2층과 3층 사이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112나 119에 신고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학교에서 동기로 지낸 피해자를 성욕 해소의 도구로 삼아 (술에 취해) 인사불성 상태에서 성폭행하려고 했다"며 "이후 추락해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도 112나 119 신고 등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아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질책했다.

다만 A 씨가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닌 준강간치사죄만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