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극한기후 속 케리 기후특사 방중 마무리…‘기후+α’ 원하는 中 설득에 한계
극한 폭염ㆍ폭우 등 이상기후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의 3박 4일 중국 방문 일정이 19일 마무리됐다.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방중 성과를 놓고 대체로 박한 평가가 나온다. 기후위기 관련 협상에 집중하길 원하는 케리 특사가 기후변화 이슈와 미ㆍ중 양국 간 외교 현안의 병행 해법을 원하는 중국 당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세계가 최근 2주간 기록적 무더위를 보인 가운데 케리 특사의 베이징 회담이 이뤄졌다”며 “중국의 지도자들은 더 강력한 기후 조치를 원하는 케리 특사의 설득을 거부했다. 양국 간 이어져 온 긴장이 기후위기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나흘간 베이징 호텔서 중국과 이견 조율”
NYT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3박 4일 동안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총리,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 한정 국가부주석과 세 차례 회담한 것을 빼고는 대부분을 베이징 호텔 회의실에서 중국 기후 협상가들과 이견을 조율하면서 보냈다.
중국(31%)은 전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미국(14%)과 합치면 4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케리 특사는 중국이 빠른 시일 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과도한 석탄 사용을 속히 중단할 것을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 석유ㆍ가스정ㆍ탄광 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감출 계획의 실행을 거듭 촉구한 케리 특사의 설득은 실패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케리 특사 방중 기간 접견을 하지 않았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일정과 관련해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와 수단, 속도와 강도는 다른 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특사는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들어 이 문제를 미ㆍ중 양국 간 경제ㆍ무역ㆍ외교 등 다양한 이슈와 분리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정 부주석은 “기후변화 대응은 중ㆍ미 협력의 중요한 측면”이라면서도 “양국 정상의 (지난해 11월) ‘발리 공동인식’을 이행하고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호혜 3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냉전과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발리 공동인식 실행을 내걸어 기후변화 협력과 외교 현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요구한 셈이다. 중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6.3%에 그치고 6월 청년 실업률이 2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침체 상태인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미국과의 긴장을 풀기를 원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케리 특사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지만 현 단계에서 중요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러 이곳에 왔다.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조금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대만 해협, 정찰풍선 사태,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을 겪으며 지난 1년간 동결됐던 양국 간 논의를 재개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케리 특사는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기후위기 논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힘을 모아 COP28을 준비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 “실리콘 장막과 작별 원해”
그는 중국의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판매 금지와 갈륨ㆍ게르마늄 수출제한 조치가 ‘팃 포 탯’(tit for tatㆍ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의 시작이냐는 사회자 물음에 “중국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며 “중국은 분명히 대응할 것이지만 우리는 ‘팃 포 탯’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술 통제 조치를 냉전시대 용어인 ‘철의 장막’에 빗댄 ‘실리콘 장막’으로 표현하며 “우리는 철의 장막은 물론이고 실리콘 장막과도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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