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착용했어야 했다" 해병대 장병 순직에 고개 숙인 軍
군 당국이 경북 예천군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원이 순직한 것과 관련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고 밝혔다.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구명조끼는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지급이 안 됐다”며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장병들에게 무리한 역할이 부여된 게 아니냐’는 물음에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보다 더 완벽한 대책과 상황 판단을 한 이후 작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시인했다.
전 대변인은 또 “수색 및 구조활동을 할 때 반드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안전장구류를 착용하게 하는 등 관련 지시사항이 오늘 아침에도 시달됐다”며 “현장 지휘관들이 여건과 상황을 잘 판단해 이런 안전대책들을 보다 더 완벽하게 강구한 뒤 피해복구 작전을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채모(20) 일병은 전날(19일) 오전 9시 3분쯤 수해지역인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구명조끼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지반이 무너지면서 급류에 휩쓸렸다. 이후 채 일병은 14시간 만인 오후 11시 8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수색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구명조끼 없이 일렬로 '인간 띠'를 만들어 강바닥을 수색했다.
채 일병의 빈소는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 마련될 예정이다. 해병대는 유가족과 협의해 일반인의 조문도 받기로 결정했다. 전 대변인은 “빈소가 마련되면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조문하며 유가족을 위로할 것”이라며 “우리 군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해병 전우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재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해병대 안전단은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분야에 대해 현장에서 점검하고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호우피해 복구작전을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해병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이번 채 일병의 순직을 계기로 군의 대민 지원시 열악한 여건 전반도 함께 들여다볼 계획이다.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 구비를 위한 예산 확보, 매뉴얼 정비 등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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