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현대차그룹, 자가치유 등 첨단 나노 소재 6종 첫 공개

이서후 기자 2023. 7. 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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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나노 테크데이 2023' 개최
셀프힐링 고분자 코팅 등 신기술 6종

[한국경제TV 이서후 기자]

긁히면 스스로 치유하고, 자체 생산한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소재 단계에서부터 원천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하고, 나노 신기술 6종을 공개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된다.

이렇게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부른다.

이종수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기술 혁신의 근간에는 기초이자 산업융합의 핵심 고리인 소재 혁신이 먼저 있었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이날 직접 소개한 나노 기술 6종은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 '투명 태양전지' ▲ '탠덤 태양전지' ▲ '압력 감응형 소재' ▲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이다.

●유기체처럼 자가 치유하는 나노 코팅 기술

자율주행과 전동화 시대에는 핵심 부품에 발생한 미세한 상처나 마모가 치명적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나노 소재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두 가지 고분자 코팅 기술을 선보였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마찰이 발생하는 부위에 캡슐이 터지면서 윤활막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먼저 손상 부위를 스스로,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이다.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한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셀프 힐링 기술은 상온에서 별도의 열원이나 회복을 위한 촉진제 없이도 두 시간여 만에 회복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한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으로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이 있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셀프 힐링의 또 다른 방식인 나노 캡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개발된 스핀 오프 기술이다.

이 기술은 부품에 저 마찰과 내마모성을 부여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킨다.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도포하면 마찰 발생 시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발열과 마찰이 큰 차량의 핵심 동력 전달 부품에 적용돼 내구성과 효율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기아는 엔진의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에 이 기술을 적용해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에너지 효율 극대화…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전기차 시장에선 주행 가능 거리 확대와 충전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대차·기아는 진정한 친환경 모빌리티 완성을 위해 태양전지 기반의 고효율 에너지 생성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공개한 나노 소재 기반의 태양전지는 전동화 차량은 물론 건물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먼저 자동차와 건물 등 투명 성능이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가 있다.

우수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로 제작했을 때 발전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30% 이상 높다.

현대차·기아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또 다른 특징인 투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광흡수층 두께 조절을 통해 태양광 발전과 물리적인 투명 상태 구현 모두 가능하게 됐다.

특히 기존 셀 단위(1㎠) 소면적 연구에서 벗어나 대면적(200㎠ 이상)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듈 단위로 커진 상황에서도 1.5와트(W)급 성능을 보이는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은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다.

다음으로 공개된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 태양전지'다.

현대차·기아는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탠덤 태양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두 개의 태양전지를 적층해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 달성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공동연구실을 출범하고 고효율의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자체 시험 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30% 이상에 달하는 에너지 효율을 기록하는 등 값진 성과도 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의 후드, 루프, 도어 등 태양광을 직접적으로 많이 받는 부위에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일상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소비전력 낮추는 나노 소재 기술

현대차·기아가 이날 공개한 '압력 감응형 소재'는 별도의 센서 없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차량의 발열시트 폼 내부에 적용돼 탑승자의 체형 부위만 정확하게 발열시켜 준다.

필요하지 않는 부위의 발열을 억제함으로써 소비전력 절감을 돕고, 전동화 차량의 경우에는 추가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해진다.

소재 개발에는 탄소나노튜브가 활용됐다.

탄소나노튜브는 수 나노에서 수십 나노미터 지름을 가진 탄소 집합체로, 가볍고 튼튼하며 전기전도도 및 열전도도가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시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탄소나노튜브의 접촉이 증가해 저항이 줄어들고 전류량이 늘어나 발열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현대차·기아는 이 소재를 특수 용액에 균일하게 분산시켜 스펀지와 같은 시트 폼에 코팅하는 공정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다음은 차량 내부의 온도를 저감해주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다.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복사냉각이라고 한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의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다.

특히 차량의 글라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산성을 고려해 대면적화까지 성공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

다층 필름 구조로 이뤄진 이 소재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과 같은 열을 차단하고 효과적인 복사 냉각을 위해 원적외선대의 열을 방사한다.

기존 틴팅 필름이 외부의 열 차단만 가능한 반면,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열이 외부로 방출되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돼 탄소 저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홍승현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장 상무는 "오늘 공개된 나노 기반 기술들은 현대차그룹 소재 전문가들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나노 소재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를 선도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21일 열리는 나노 테크데이 2023 2일차 행사에선 소재 분야 전공 대학생들을 초청해 나노 소재에 대해 연구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별도의 직무 상담 부스도 마련해 입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연구개발 업무와 채용 과정 등에 대해 안내할 계획이다
이서후 기자 after@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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