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양궁처럼 '전세계가 경계한다', 세계최강 보치아 항저우서 금빛 사냥 [항저우APG]

윤승재 2023. 7.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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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대표팀 정호원(BC3). BC3 남자 부문 세계랭킹 1위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올림픽에 ‘효자 종목’ 양궁이 있다면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엔 보치아가 있다.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에 빛나는 세계최강 보치아 국가대표팀이 오는 10월 열리는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에서도 금빛 낭보를 전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회 준비에 나섰다. 

가로 6m·세로 12.5m의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 보치아는 6개의 빨간색 볼과 6개의 파란색 볼을 가지고 흰색 표적구에 상대방 볼보다 가장 가까이 붙이는 경기로 개인전, 2인조 경기는 4엔드, 단체전은 6엔드로 구성돼 엔드별 점수의 총합을 매겨 승부를 겨루는 경기다. 표적과 가까이 스톤을 위치시키는 동계 종목 컬링과 경기 방식이 비슷하지만 표적(구)이 이동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뇌병변·중증 장애인 선수가 참가하는 보치아 종목은 장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뉜다. 뇌병변장애(뇌성마비나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장애)는 BC1에서 BC3에 속하고 운동성장애(저신장, 절단, 근무력증 등)는 BC4로 분류된다. BC3에도 뇌성마비가 아닌 운동장장애 선수가 참가할 수 있으나 볼을 던지지 못하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BC3 선수들은 보조 선수의 도움을 받고 입과 손, 막대 등과 함께 보조 장치(램프)를 사용해 공을 굴린다. 

지난 14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훈련 중인 보치아 선수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 14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훈련 중인 보치아 선수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보치아 공도 전략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표적구나 상대의 공을 밀어내기 위한 하드볼이 있는 반면, 다른 공에 밀착시키기 위한 소프트볼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공으로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한국 대표팀은 패럴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굵직한 성적을 거둬왔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시작으로 2020 도쿄 패럴림픽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보치아 대표팀이 패럴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은 10개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패럴림픽의 영광을 장애인 아시안게임까지 이어가기 위해 임광택 감독이 이끄는 보치아 국가대표팀은 지난 10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이천선수촌)에 입소해 담금질에 돌입했다. 

지난 14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훈련 중인 보치아 대표팀 BC3 정호원.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 14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훈련 중인 보치아 대표팀 최예진과 정호원(이상 BC3).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가장 주목받는 등급은 BC3 선수들이다. 세계랭킹 1위 정호원(37)과 2020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최예진(32), 떠오르는 신예 강선희(46)가 출전한다. 정호원은 네 번의 패럴림픽 대회 동안 6개의 메달(금 3·은 2·동 1)을 수확한 베테랑이다. 어머니가 보조 선수로 함께 출전하는 최예진도 패럴림픽 금메달을 두 차례나 목에 건 바 있다. 2017년 입문한 강선희는 아시안게임이 처음이지만 입문 6년 만에 세계랭킹 5위까지 오른 저력을 지니고 있다. 

BC2에선 정소영(34)이 금메달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정소영은 혼성 경기로 치러졌던 이전 대회에서 근력에서 차이가 나는 남자 선수들과 경쟁해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기도 했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다시 성별을 나눠 경기가 치러진다. BC2 여자 세계랭킹 4위, 아시아 2위인 정소영에게 금빛 낭보를 기대해 볼 만 하다. 

지난 14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훈련 중인 보치아 대표팀 강선희(BC3, 왼쪽).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하지만 경쟁국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양궁 경쟁국들이 '양궁 최강' 한국 팀이 쓰는 활을 공수한 것처럼, 보치아도 경쟁국들이 한국산 램프(홈통)와 볼들을 따라 구입하면서 한국 팀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임광택 감독도 “경쟁국들의 전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며 경계했다. ‘신예’ 강선희가 국제대회에 출전할 땐 5명 이상의 전력분석팀들이 달라붙어 한국의 전력을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대표팀도 전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 5월 이천선수촌에 보치아 전용 훈련 코트를 마련한 대표팀은 코트를 바둑판으로 세분화시켜 거리와 힘의 세기를 측정하고 있다. 임광택 감독은 “경쟁국들과 경기용기구 변별력이 없어서 선수들의 거리별 볼 정확성과 볼 상황에 따른 기술수행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거리와 힘 조절이 중요한 만큼, 거리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코트를 바둑판 형식으로 세분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훈련 중인 보치아 선수들. 이천=윤승재 기자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보치아는 총 11개 종목으로 치러진다. 개인전 8종목과 혼성 2인조 2종목, BC1~BC2 선수들이 참가하는 단체전 1종목이 열릴 예정이다. 목표는 금메달이다. 임광택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금메달뿐만 아니라 선수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임 감독은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패럴림픽을 위한 점검 무대이기도 하다”라면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아시아권 경쟁자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임광택 감독(왼쪽).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천=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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