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긁힌 것쯤 괜찮아요" 쿨 하게 넘어간다…현대차, 꿈의 車 나노 기술 공개

우수연 2023. 7. 20. 10: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일 현대차 나노 테크 데이
차량 손상 부위 스스로 치유…나노 코팅 기술
투명태양전지, 車유리·건물 창문에 적용 가능
사람 몸 닿은 부분만 열내는 발열시트
여름철 찜통 더위 막아주는 복사 냉각 필름

# 2028년 7월 20일.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은주(가명) 씨는 출근길 차에서 내리다가 스크래치를 발견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서둘러 이동했다. 차에 적용된 '셀프 힐링(차량 흠집을 스스로 치유하는 기술)' 덕분에 곧바로 원상태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전기차를 언제 충전했는지도 잊었다. 이 씨의 차는 지붕뿐만 아니라 모든 유리창이 효율 높은 투명 태양전지다. 날씨가 좋은 날엔 전기차가 달리면서 스스로 태양광으로 충전한다. 회사에 도착했는데 지하 주차장이 꽉 차있어서 지상에 차를 댔다. 이 씨는 한여름에도 차를 바깥에 세워둔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막아 쾌적한 온도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미래형 '꿈의 차'에 적용될 나노 소재 신기술을 선보였다. 1㎚(나노미터·10억분의 1m)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의 작은 단위다. 나노미터(㎚) 단위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달리하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가 태어난다.

현대차·기아가 나노 기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기초 소재 기술이 모든 모빌리티 기술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1970년대부터 소재 연구를 시작해왔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첨단 소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갖추고 대규모 투자·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을 연구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20일 현대차·기아는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될 나노 신기술 6종을 공개했다. 신기술 6종은 ▲손상 부위를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Self-Healing·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자동차와 건물 등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Tandem) 태양전지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낮추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다.

이날 공개된 기술들은 다음 신차에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완성형 단계의 신기술들이다. 신차 주기가 보통 5년 단위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2028년에는 첨단 나노 소재 신기술이 적용된 현대차·기아 신차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종수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부사장)은 "기술 혁신의 바탕에는 기초·산업융합의 핵심인 소재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따른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상 부위를 스스로 치유…나노 코팅 기술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기술의 면면을 살펴보자. 우선 '셀프 힐링' 기술은 차량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생겼을 때 스스로 그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별도의 촉진제 없이도 상온에서 두 시간 정도면 회복이 가능하다. 기존에도 이 기술이 상용화된 적은 있지만 촉진제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반복적 치유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 신기술은 반영구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사람 피부처럼 작은 상처나 흠집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자율주행차는 핵심 부품인 카메라·라이다 센서 표면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현대차·기아는 가장 우선적으로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에 이 기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차량 도장 면이나 외장 그릴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이 개발한 오일캡슐 고분자 코팅[사진=현대차그룹]

두 번째로 소개한 기술은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이다. 이 기술은 마찰을 줄이고 마모에 대한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바르면 마찰이 생길 때마다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진다. 그 안에 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한다.

지금도 차량 부품 곳곳에 윤활제가 쓰이고 있지만 액체 윤활유가 사용 불가능한 부품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고열을 견뎌야 하는 베어링 같은 부품이다. 액체 대신 반고체 윤활제를 적용하면 급유나 교환, 세정이 까다로운데다 냉각 효과도 떨어진다. 고체 윤활제는 가격이 비싸다.

현대차·기아의 오일 캡슐 기술은 액체와 고체 윤활제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가격도 싸고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뎌야 하는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 기술은 발열과 마찰이 큰 전기차 모터, 감속기어의 회전량 손실을 줄여 전비를 높일 수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엔진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에 이 기술을 적용해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또 나노 캡슐을 실내 내장재 마감에 적용해 손길이 스칠 때마다 향기가 나는 차량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전기차 에너지 효율↑…나노 소재 차세대 태양 전지

이날 현대차·기아는 나노 소재를 접목한 태양 전지 기술도 공개했다. 달리면서 충전하고 한 번 충전하면 오래 달리는 전기차를 만드는데 나노 기술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까지 태양전지는 차량 유리나 건물 창문 등 투명한 곳에 적용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지금은 주로 차량 지붕에 태양전지를 장착한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신기술을 적용하면 차량 유리나 건물 창문에도 태양전지를 붙여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투명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이용해 발전 효율을 높이고 투과성을 극대화했다. 이 소재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 발전 효율이 기존 대비 30% 이상 높다. 여기에 현대차·기아는 광흡수층 두께를 조절해 투명도까지 높였다. 쉽게 말해 태양전지 역할을 하는 유리창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연구는 셀단위의 작은 면적 연구에서 벗어나 대면적(200㎠ 이상)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듈 단위로 커진 상황에서도 성능이 뛰어난 1.5W급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다.

현대차그룹 기초소재연구센터 전자소자연구팀 소속 연구원들이 투평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기아는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탠덤 태양전지'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두 개의 태양전지를 적층하면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보완적으로 흡수해 35% 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은 친환경차의 후드, 루프, 도어 등 햇빛을 직접적으로 많이 쬐는 부위에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차량 창문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까지 결합하면 모든 차체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된다. 현대차·기아가 강조하는 탄소중립 모빌리티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전력↓·쾌적한 차량 환경…나노 소재 기술 적용
압력 감응형 소재는 시트의 폼과 커버 사이에 위치하며, 별도의 센서 없이 시트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적 신호 형태로 전달해 생체 신호를 파악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특징이다.[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는 소비전력을 낮추고 쾌적한 차량 환경을 만드는데에도 나노 소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날 다섯번 째로 공개한 신기술은 '압력 감응형 소재'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이른바 '엉따'로 불리는 차량 발열 시트가 사람 몸이 닿는 부분만 열을 내는 방식으로 바뀐다. 소재 자체가 압력을 감지해 사람 몸이 닿는 부분만 따뜻하게 달궈 전력 낭비를 막는다. 이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선보인 기술은 여름철 차량 온도 상승을 막아주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다. 차량 글라스에 적용할 정도로 필름의 면적을 키워 개발한 것은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다. 기존의 틴팅 필름은 외부 열 차단만 가능하지만, 신기술인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열을 외부로 내뿜는 기능까지 갖췄다. 여름 햇볕을 받아 차 안이 찜통으로 변하는 일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자체 시험 결과를 보면 기존 틴팅 필름보다 최대 7℃가량 차량 실내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 내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탄소 저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