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세액공제' 내건 정부…정작 송도 '12조 투자'는 미적용?

이춘희 2023. 7. 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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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세계 1위 제조국' 위해
국가전략기술 격상 통한 세액공제 추진
역량 확대 핵심인 '공장 건립비용'은
세액공제 대상 제외

정부가 '2030년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제조국' 도약을 내걸고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세액공제 확대 등을 담은 '바이오경제 2.0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작 제조 역량 확대에 필수적인 공장 건립 비용은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제도적 맹점이 존재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추진방향이 발표된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에서 진행된 비공개 토론에서는 단순히 세액공제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효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에서 해소돼야 할 핵심 '킬러 규제'로 꼽힌 것은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한 세액공제 제외다.

한 회의 참석자는 "현행 조세제한특례법 상으로는 공장 구축 비용 중 생산라인 건설 외의 비용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기 힘들 것"이라며 "업계 참가자 대부분이 건축물 비용 인정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세액공제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를 일제히 냈다"고 말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과 관련 시행령·규칙에 따르면 기계장치 등 사업용 유형자산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토지 및 건축물은 대상이 아니다. 최근 바이오·화학물의약, 의료기기·헬스케어 등 관련 산업이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6~18%의 기본공제를 받게 된 데 이어 바이오의약품 역시 백신처럼 국가전략기술으로 지정해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정작 토지와 건축물 관련 비용이 공제되지 않는다면 알맹이 없는 혜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부가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제조국'을 내건 만큼 공장 신설을 통해 생산 역량(캐파)을 끌어올리는 게 필수적인 상황에서 핵심 투자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당장 인천 송도 기준으로만 12조원에 달하는 예정 투자금액 중 대부분이 혜택에서 제외된다. 현재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32년까지 생산용량 72만ℓ 증설을 목표로 제2바이오캠퍼스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7조5000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2030년까지 생산역량 36만ℓ 추가를 내걸고 송도 메가 플랜트(롯데 바이오캠퍼스) 총 건립비용으로 예상한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25년까지 연구·공정개발(R&PD)센터 투자금액으로 책정한 3257억원 등 약 11조6257억원의 투자를 통한 공장·R&D 센터 건설이 예정돼 있다.

인천 송도에 건립이 예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2바이오캠퍼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롯데바이오캠퍼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공정개발(R&PD)센터'(왼쪽부터) [사진제공=각 사]

이에 송도가 포함된 인천 연수구 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바이오를 국가전략기술 산업으로 격상하는 한편 국가전략기술 산업에서 투자하는 토지와 건축물까지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바이오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구개발비와 시설 투자비가 더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투자세액공제의 대상에서 토지가 제외되어 있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법안과 함께 제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세액공제 범위에 토지가 추가될 경우 2024~2025년 연평균 2495억원의 세수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개정안에서는 해당 공제를 법 시행일이 속하는 과세연도부터 적용토록 했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만 법안이 통과되면 최근 착공에 들어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공장 건립 비용 1조9801억원을 포함해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용지 매입·초기 건설 비용 등이 모두 혜택 대상이 될 전망이다.

토론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세액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유관 산업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를 들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경우 냉동 유통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콜드 체인(냉장·냉동 유통망)'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에 관련 산업까지 세액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하며 "정부가 세액공제 확대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세액공제의 조건 등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며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맞춘 실질적 조건 확립이 함께 이뤄져야 실효 있는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액공제 제도 자체에 대한 실효성 지적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세액공제는 결국 낼 세금이 있어야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며 "초기 바이오텍들은 적자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1년 법인세 신고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52.1%는 세 부담을 지지 않고 있어 이들 기업에는 세액공제를 통한 비용 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자 비용에 대한 '캐시백(환급)' 같은 제도를 함께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큰 틀에 대한 것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후 관련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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