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둘러싼 소송 장기화…남양유업 실적도, 주가도 곤두박질
2021년부터 수차례 법적 다툼…차파트너스자산운용도 홍회장 상대 소송
남양유업 주가가 경영권 분쟁 장기화 우려에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을 두고 벌인 소송전이 수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 주가는 20일 오전 9시5분 현재 전날보다 0.71% 오른 42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오름세에도 지지부진하던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 18일 10.82%(5만3000원) 급락한 데 이어 19일에도 전일보다 3.66%(1만6000원) 떨어졌다.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주식양도 소송에 대해 대법원의 심리가 장기화할 거란 소식이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소송전에 더해 평판 리스크 등으로 남양유업 실적도 몇 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20년 767억원,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들어 1분기에도 영업손실 157억원을 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양유업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주가 약세 흐름은 재판으로 최대주주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대법원 민사2부는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기간(상고장 접수 후 4개월)이 지났다고 결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을 결정한 1·2심 판단과 달리 본격 심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송 장기화에 소송비용 부담, 손해배상 책임은?=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줬다. 현실적으로 상고심에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기 어려운 만큼 대법원도 해당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심리불속행 기각이 결정됐다면 홍 회장 일가는 거래 종결 의무에 따라 보유 주식을 전부 한앤컴퍼니에 매각해야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결론까지 1~3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늘어나는 소송비용 부담과 기업가치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소송비용 부담은 패소한 쪽이 지게 된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경영권 이양 및 정상화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추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홍 회장은 2021년 불가리스 과대광고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남양유업 지분 53.08%(3107억원 규모)를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등 계약이행에 불응하면서 한앤컴퍼니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등 남양유업 일가를 상대로 계약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이 본격화했다.
그동안 양측은 쌍방대리, 별도 합의서, 가족 예우, 백미당 분사 등 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특히 홍 회장 측은 SPA 체결 과정에서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를 모두 대리한 점이 문제가 된다며, 해당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홍 회장 일가가 한앤컴퍼니에 계약대로 주식 이전 전자등록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홍 회장 측은 반전을 노렸다. 2심부터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꿨다. 상고 후엔 홍 회장 측 인사가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원서가 수십 차례 대법원에 올라왔다. 이번 소송에서 한앤컴퍼니 측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 화우가, 홍 회장 측은 LKB앤파트너스(1심)와 법무법인 바른(2·3심)이 담당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3심의 양측 변호인단에는 모두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
이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 남양유업 및 한앤컴퍼니 직원이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직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샀다는 의혹이 나와 현재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의혹이 본 재판의 쟁점과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차후 본안 심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판세 한앤컴퍼니에 유리=남양유업과 한앤코는 이미 수차례 법적 싸움을 이어왔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2021년 8월)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2021년 9월) ▲남양유업-대유위니아 협약이행 금지 가처분 소송(2022년 1월) ▲주식양도 계약이행 소송 1심(2022년 9월) ▲위약벌 소송(2022년 12월) ▲주식양도 계약이행 소송 2심(2023년 2월) 등에서 한앤컴퍼니가 완승을 거뒀다.
한앤컴퍼니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재판의 진행 결과에 따르겠다는 계획이다. 손해배당 소송 등도 함께 진행되는 만큼 소송 및 계약불이행 장기화에 따른 피해를 배상받겠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현재 대법원에서 이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도 홍 회장과 남양유업 이사들을 상대로 보수한도 결의에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보수와 퇴직금 지급 중단 청구 등에 나섰다. 홍 회장 등이 받는 고액의 보수와 앞으로 받게 될 퇴직금을 조정하고,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위법 소지가 있는 이사들의 보수 수령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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