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리디아 고 7벌타, 박민지 4벌타, 박결 2벌타…프로들의 황당 룰 위반 사례
여자골프 세계랭킹 3위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6·하나금융그룹)의 7벌타가 화제다. 사건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다나오픈 마지막날 발생했다.
당시 대회 개최지인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하일랜드 메도스GC에는 전날 경기가 45분 지연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져 코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고심 끝에 대회조직위원회는 마지막 날 1번 홀(파4)과 10번 홀(파4)에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공 옮기는 것 허용)를 적용하기로 했다.
프리퍼드 라이는 공이 놓인 자리에서 도저히 경기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코스 상황일 때 적용하는 규칙으로 볼을 마크한 뒤 집어 올리고(lift) 닦아서(clean) 옮겨 놓고(place) 치는 것을 말한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선 한 클럽 이내에 공을 놓은 뒤 플레이를 하는 게 관례다.
발단은 리디아 고의 착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코스 전체에 이 규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3번과 7번, 9번 홀에서 공을 옮겨 놓고 쳤다. 그리고 11번 홀(파4)에서도 공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뭔가 낌새가 이상했는지 경기위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고 그제서야 자신이 착각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결국 리디아 고는 앞서 세 홀에서 공을 다른 곳에 옮겨 놓고 친 규칙 위반에 대해 각각 2벌타씩 6벌타, 그리고 11번 홀에서 공을 들어 올린 규칙 위반으로 받은 1벌타 등 총 7벌타를 받아야 했다. 골프 규칙은 하나의 샷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규칙 위반에 대해서는 각각 벌타를 적용하지 않고 그중 가장 강한 벌타 하나만 적용한다.
프로들의 황당한 룰 위반 사례는 그 외에도 허다하다. 2021년 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미녀 골퍼’ 박결(27·두산건설)은 2벌타를 받았다. 9번홀에서 파퍼트를 하는 순간 약 1초 가량 캐디가 우산을 씌워준 게 원인이었다. 골프 규칙은 선수가 스트로크할 때 자기 이외의 누구한테서도 자연 현상의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김예진(28)은 2016년 KLPGA투어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마지막날 7번 홀에서 같은 사례로 2벌타를 받고도 우승했다.
박결의 흑역사는 또 있다. 작년 KLPGA투어 맥콜·모나파크오픈 마지막날 15번홀(파4) 그린 사이드 벙커 경사면에 박혀 있는 볼을 치기 위해 스탠스를 취하려는 행동이 ‘스탠스를 만들기 위해 지면을 변경해선 안 된다(8.1a6)’는 골프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돼 2벌타를 받았다.
안선주(36)는 2014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 3라운드 18번홀에서 비슷한 상황으로 2벌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안선주는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LIV골프에서 활동중인 필 미켈슨(미국)은 2018년 6월 US오픈 3라운드서 퍼트한 볼이 정지하기도 전에 움직이는 볼을 퍼터로 다시 쳐서 2벌타를 받았다. 당시 그는 “고의로 그랬다”고 말해 실격(골프 규칙 1-2) 당할 수도 있었으나 미국골프협회(USGA)는 실격 처리하지 않았다.
미켈슨은 그 해 7월 PGA투어 그린브라이어클래식 4라운드 7번홀(파4)에서 티샷 직전 티잉 그라운드 앞에 있는 잔디를 드라이버 헤드로 툭툭 내려치는 돌출 행동으로 2벌타를 받았다. ‘코스는 있는 그대로 플레이한다’는 골프 규칙을 위반한 것.
KLPGA투어 ‘대세녀’ 박민지(25·NH투자증권)도 불명예스런 룰 위반이 있다. 2021년 하반기 첫 대회였던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1라운드 6번홀(파5)에서다.
박민지는 두 번째샷이 숲 쪽으로 날아가자 볼이 없어졌을 것으로 판단해 네 번째샷을 했다. 문제는 박민지가 동반자에게 ‘프로비저널 볼’을 선언하지 않은 채 샷을 한 것. 결과적으로 1벌타 처리(스트로크와 거리의 벌) 됐다.
하지만 캐디가 숲 쪽 러프에서 원구를 찾으면서 사태가 더 커졌다. 원구로 플레이를 진행하던 박민지는 그린에 올라서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해 경기위원을 불렀다.
결국 박민지는 프로비저널 볼을 선언하지 않은 채 원구를 친 것에 대한 오구 플레이로 2벌타, 그린 앞으로 보낸 볼을 들어 올린 것에 대한 1벌 타 등으로 8온2퍼트로 홀아웃, 퀸튜플보기(더블파)를 적어냈다. 그리고 그 스코어는 박민지의 대회 컷 탈락의 빌미가 됐다.
PGA투어서 활동중인 김시우(28·CJ)는 2021년 RBC 헤리티지 3라운드 3번홀에서 버디를 잡고도 1벌타를 받아 스코어 카드에 파를 적어내야 했다. 경기위원회가 홀 가장자리에 멈춘 볼을 10초 이상 기다려 볼이 홀 속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골프 규칙 13.3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4년마다 골프 규칙을 개정하고 있다. 골퍼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고 편리하게 플레이를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순간의 판단 미스로 룰을 위반한다.
혹자는 말한다. 복잡한 골프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처리 방법을 모를 때 실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에게 불리한 쪽으로 처리하면 된다’라고. 주말골퍼들이 귀담아 들어야 말이 아닌가 싶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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