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 800㎞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들…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럽의 여러 가지의 루트로 출발해서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의 갈리시아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는 도보순례이다. 성지순례자도 있지만 트레킹과 흥미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많다. 800㎞이르는 길을 완주하는 데에는 30,40일 정도,그 이상도 걸린다. 순례길의 대명사로 통하다보니 이 곳과 관련된 가이드북, 체험기 등도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이해솔 작가는 에서 31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걸으며 겪었던 우연한 순간들을 담았다. 저자는 대학교 졸업 직전 떠나게 됐던 첫 번째 순례에서 부르고스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500㎞를 걸었다. 5년 후 두 번째 순례는 생장 피에 드 포르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를 걸었다. 저자는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은 과거에 무언가를 이루어 본 경험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 역시 내면에 집중하며 800㎞의 산티아고 순례길 전체를 완주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왜 두 번이나 갔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첫 번째 순례길에는 사람과 삶의 이유가 있었고, 두 번째 순례길에는 그곳에 내가 있었다"고 말했다.
수제 잼 브랜드 ‘마녀잼’을 운영하는 변혜원 저자는 에서 잼을 만드는 사람만의 독특한 시각과 식문화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기록했다. 저자가 길고 고단한 순례길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음식’이었다. 저자는 산티아고에서 맛본 스페인 요리의 한국식 레시피를 개발하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그리워하는 ‘까미노 블루(camino blue)’를 달랬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국에서 즐기는 산티아고 요리 레시피’ 26가지를 저자의 요리 팁과 함께 정리했다.
김도훈 작가의 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한 순례기이다. 대학졸업을 앞둔 저자는 30일간의 유럽 여행과 38일간의 산티아고 순례를 체험했다. 그는 "순례길에 나서면서 ‘과연 혼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달 후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며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되었고, 그래서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출판사 ‘방’대표 겸 산책여행가인 방멘 작가(방태현)는 포토에세이 을 펴냈다. 작가는 "400㎞ 가까이 걸었지만 아직 그 이상이 남았다는 사실이 나를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의 바닥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나는 이 길을 다 걸어 내지 못하고 변명하고 싶지 않다"면서 "‘열심히’는 변명이고 ‘잘’은 증거다. 이 길 위에서 아니 이 길이 되어 작지만 단단한 증거가 되고 싶다. ‘열심히’를 넘어 ‘잘’ 걸어 내고 싶다. 나는 그뿐이다"고 했다.
를 펴낸 박응렬 여행가 겸 여행크리에이터도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실컷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걸으면 걸을수록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인연도 만나면서 점점 ‘여행자 모드’에서 ‘순례자 모드’로 바뀌었다. 34일, 915km를 걸으며 저자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권한다.
조대현 여행가 겸 여행크리에이터는 에서 짧게 300㎞ 이내로 걸어가려고 마음먹은 순례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직장인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가용한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레온이나 폰 페라다, 사리아에 어떻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착할 지에 대한 정보가 더 중요하다. 파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도착해 레온, 폰 페라다, 사리아로 이동해야 순례를 시작할 수 있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경쟁을 하면서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라면서 "완주증에는 어떤 내용도 적혀 있지 않다. 적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완주증을 받으면서 받는 희열과 감동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와 함께 교감을 나누면서 지내고 서로 도와주면서 받는 감동은 어디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게 된 현실이 지금의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