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탄소 배출량, 내연차 시대보다 많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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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에 오히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터리 광물' 확보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이 내연기관차 운행 중단으로 감축하는 탄소량을 상쇄하거나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인용된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9~10만㎞ 주행을 가정했을 때, 폭스바겐 소형 전기차(e-Golf)는 동급의 내연기관차 모델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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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에 오히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터리 광물’ 확보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이 내연기관차 운행 중단으로 감축하는 탄소량을 상쇄하거나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맨해튼 연구소(Manhattan Institute)의 마크 밀스 선임 연구원(노스웨스턴 대학 공학부 교수)은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9~10만㎞ 주행을 가정했을 때, 폭스바겐 소형 전기차(e-Golf)는 동급의 내연기관차 모델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광물 채취 과정, 유럽연합(EU)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 등을 고려한 결과다. 볼보 역시 2021년 자사 전기차 SUV와 내연기관 구동 SUV(모델명 XC40)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누적 탄소 배출량을 비교 연구한 결과, 글로벌 전력망(그리드) 전력 기준으로 15만㎞ 주행까지, 신재생 발전 비율이 높은 EU 그리드 기준으론 7~8만㎞까지 전기차 모델의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화투자증권 박영훈 연구원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서의 지적에 “언젠가 한 번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20일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기차 생애주기의 앞단인 배터리 광물 채굴 과정에 주목했다. 전기차엔 내연기관차보다 10배 더 많은 광물이 들어간다. 다량의 광물 채굴엔 에너지(동력) 사용이 필요하고, 에너지 사용은 탄소 배출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 전기차 원료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같은 무게의 강철(내연기관차 주요 원료)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2~3배다.
향후 배터리 광물 채굴량이 늘어날 때, 추가 채취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거론한다. 광물 소비가 증가할수록 더 깊게 채굴해야 하고, 더 깊게 채굴할수록 파낸 광석 전체에서 목표로 하는 금속이 차지하는 비율(품위)은 낮아진다. 그러면 더 큰 기계를 동원해야 한다. 2003~2013년 칠레에서 생산된 구리 원광의 평균 품위는 약 25% 하락했다. 그 결과 이 기간 구리 관련 에너지 사용(단위 GJ) 증가율은 구리 공급량(t) 증가율의 두 배였다.
밀스 연구원은 석유 사용을 줄이는 게 목표라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보다 내연기관의 연료 효율을 증가시키는 게 “훨씬 더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수송 시장에 전기를 도입한 건 최근 일이고, 화석연료를 도입한 건 약 140년 전 일이다. 고도화된 화석연료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기 때문에 당장은 내연기관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게 전기차 전환보다 쉽다. 하지만 전동화를 추진하는 쪽은 전기차가 각종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충분히 거친 이후 시점을 바라본다. 그땐 전기차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탄소 배출량도 내연기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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