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차관 "文정부 땐 4대강 트라우마에 하천 손도 못 댔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19일 “지난 정부에서 4대강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하천에 손도 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향후 홍수 대책을 설명하며 지난 정부의 실책을 지적했다. 그는 “하천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땅을 파내고 정비를 해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며 “하천을 자연 상태로 두라는 게 지난 정부의 기조이다 보니 준설이나 정비 업무를 제대로 못 했다”고 주장했다. 임 차관은 “홍수 예방을 위해 준설(浚渫)을 통해 물그릇을 키우고 중소형 댐도 더 짓겠다”고 말했다. 재자연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뒤집고 댐 건설과 하천 준설 등 치수(治水)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임 차관은 “4대강 사업이 반대가 없이 이뤄졌으면 본류와 지류·지천까지 정비가 다 마무리됐을 것”이라며 “하천 정비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4대강에 대한 트라우마를 깨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무조정실 출신인 임 차관은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을 거쳐 이달 초에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홍수 예방 효과 큰 준설, 환경 논란에 소극적”
환경부가 하천 준설 사업을 추진하는 건 최근 극심한 호우 피해가 발생하면서 치수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물관리는 국토교통부가 치수 사업을, 환경부는 수질 관리를 각각 맡아오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지난해부터는 하천을 관리하는 업무까지 환경부로 넘어왔다.
하지만, 최근 많은 장맛비가 내리면서 침수 등으로 인해 수십 명이 희생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한화진 장관은 지난 18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물관리 업무를 가져갔으면 예방을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환경부는 준설을 포함한 종합적인 하천 관리 대책을 올해 안에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신규 댐 건설도 재개…“20개 더 짓는다”
환경부는 20일로 예정된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치수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지류·지천까지 정비 사업을 확대해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추진해 온 4대강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4대강 보 해체 결정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이날 경북 예천군 내성천 홍수취약지구를 방문해 “4대강 등으로 본류 정비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10년 이상 지류 정비 사업이 안되고 있다”며 “내성천과 같은 중소 규모 지류·지천에 대한 준설 등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천 준설과 댐 건설이 본격화되면 환경단체와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4대강의 본류보다 지류·지천 정비가 우선이라고 주장한 것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였다”며 “원인 조사와 진단을 시작하기도 전에 해결책으로 토목 사업부터 주장하는 것은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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