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스웨덴’을 경험하고 싶다면…볼보 C40 리차지 [면허 1년차 시승기]
에어컨 소리도 크게 느껴지는 뛰어난 정숙성
내비게이션 문제는 좀 더 개선할 필요성 있어
‘스웨덴’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스칸디나비아반도, 바이킹, 이케아 등 다양한 단어들이 떠오르거나 이역만리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기자는 그동안 복지국가가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이제는 ‘스웨덴’하면 대표적인 단어로 볼보가 떠오를 듯하다. 볼보 C40 리차지를 시승해봤기 때문이다. 시승해 보는 동안 그 브랜드 국가를 연상케 할 만큼 C40 리차지에는 디자인, 주행감,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스웨덴이 녹아있다.
지난 19일 김포 운양동에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까지 약 35km을 운전해봤다.
운전석에 탑승하자 지난해 전세계에서 논란됐던 ‘스웨덴 게이트’가 떠올랐다. 스웨덴 게이트는 스웨덴이 집에 온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지 않는 문화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가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일을 말한다.
‘이런 것까지 스웨덴 감성을 담아왔나 봐요’하는 냉소적 농담을 건네고 싶을 정도로 전기차답지 않게 좁았다. 정수리부터 차 천장까지 가깝게 느껴져 다소 답답하기까지 했다. 뒷좌석 레그룸도 여유롭지는 않았다. 전기차만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에서 스웨덴의 인색함을 느꼈다.
‘IT 강국인 스웨덴에서 어째서 이런 오류가 나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내비게이션도 아쉬웠다. 볼보의 몇가지 안 되는 단점 중 하나인 내비게이션에 많은 공을 들였다지만 볼보 자체 내비게이션은 물론 카플레이 연동을 해도 안내를 하지 않고 화면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바람에 출발해도 바로 목적지로 향하지 못하고 출발지 근처를 헤맸다.
김포로 출발할 때가 아니라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다시 내비게이션은 말썽을 부렸다. 이때 디스플레이 밑에 기다란 홈버튼을 볼보 로고가 나올 때까지 누르고 있으면 재부팅이 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재부팅할 때 계기판 디스플레이, 크루즈 컨트롤 등도 다 같이 꺼졌다가 켜지니 운전에 더 유의하고 있어야 한다. 알고 보니 전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는데 안정화되기 전에 이런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초행길이면 업데이트를 미루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드라이빙 모드도 무미건조한 북유럽 색이 묻어있다. 타 브랜드에서는 회생제동을 줄여주는 드라이빙 모드, 스포티한 주행을 할 수 있는 스포츠 모드 등 다양한 드라이빙 모드를 즐겨볼 수 있었다. 하지만 C40 리차지에선 원페달 모드 외에는 다른 드라이빙 모드가 없어 안 그래도 심심한 전기차 주행감에 심심함을 더했다.
주행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원 페달 모드는 익숙해질 틈도 없어 잠깐 사용했다. 하나의 페달로 가속과 감속을 제어할 수 있는 원 페달 모드는 초보운전자에겐 더 어려울 수 있다. 발을 떼는 순간 즉시 멈추기 때문에 적절하게 감속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동안 브레이크를 밟아서 멈추는 것에 익숙해졌던 터라 반대로 발을 떼서 정지하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원 페달 모드를 할 땐 머릿속으로 ‘내가 헷갈려서 정지할 때 꽉 밟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아 집중에 방해됐다. 더군다나 원 페달 모드를 끄고 키는 것은 설정 창에 들어가서 한 번 더 탭을 누르고 맨 아래로 내려야 바꿀 수 있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가능했다.
다만 원 페달 모드가 익숙해진다면 더욱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회생제동을 통해 주행거리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 가속 페달 하나만으로 가·감속, 정지 모두 가능해 두 개의 페달을 번갈아 밟지 않을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헤드업디스플레이 기능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내비게이션으로 자주 시선 이동을 하는 것이 불안한 운전초보자에겐 간절한 기능이었다. 40급에서는 과분한 옵션이라 빠져 있다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요즘 대중 브랜드에도 적용이 많이 돼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기본옵션이나 추가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대신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내비게이션이 뜨는데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내비게이션을 보느니 차라리 방해물 없이 크게 볼 수 있는 기존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로 보는 것이 더 편했다.
그래서 누가 ‘C40 리차지를 추천하지 않느냐’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런 단점이나 불편함은 자잘하게 느껴질 만큼 C40 리차지를 운전하는 동안은 이름처럼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차를 만나기 전부터 볼보라는 브랜드 자체가 주는 신뢰로 기대가 컸다. 볼보는 브랜드에서 나서지 않아도 상품성 만족도가 높기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해서다.
첫 인상은 호감형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영락없는 스웨덴 감성이다.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이고 동시에 실용적이기까지 한 디자인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안전성이나 품질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잘하는구나’ 싶었다. 아래쪽 라이트 부분은 입꼬리 보조개를 띈 것처럼 보였다. 또 차체 옆면에 작은 스웨덴 국기가 부착돼 있다. 이런 귀여운 디테일에 차가운 이미지의 북유럽 국가에서 다정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전환됐다.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스웨덴 브랜드답게 차 안에서도 자연을 느껴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우선 대시보드와 프론트 도어는 등고선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단순 평면적 디자인이 아니라 만져보면 실제로 올록볼록한 높낮이가 느껴진다. 터널이나 지하주차장 같은 어두운 곳에서는 불이 들어와 밝은 갈색이 되는데 또 하나의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디자인은 스웨덴 아비스코 국립공원의 지형을 형상화한 토포그라피 디자인이다. 실내 마감은 스웨덴 서부 해안에서 영감을 받은 피요르드 블루 색상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에서도 친환경적 디테일도 돋보였다. 실내 공간은 100% 레더 프리로 가죽 대신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했다. 이로써 차량 내 휘발성 유기화합물 알레르기 유발 물질 발생을 최소화했다고 볼보는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 산맥의 깨끗한 공기라도 차 안으로 옮기고 싶었나 할 정도로 공기청정 시스템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IAQS)을 통해 인체 유해 물질과 불쾌한 냄새를 차단하고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주행성능도 인상적이다. 최고출력 300kW, 최대토크 67.3kg·m을 발휘하는 성능을 지닌 C40 리차지는 악셀을 살며시 밟자 전기차답게 시원스럽게 나갔다. 0km/h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인 제로백은 4.7초다. 짧은 거리를 가속해도 안정적인 승차감으로 체감속도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100년간 ‘인간’, ‘안전’을 중심으로 브랜드 철학을 고수해온 볼보답게 편의사양과 안정성도 만족스러웠다.
“아리아, OO 카페로 가자”“아리아, 탑100 틀어줘” 등 여러 음성명령을 내렸더니 단번에 알아듣는다. 높은 인식률과 신속하게 명령을 수행하는 커넥티비티 서비스는 스카이프, 블루투스, 스포티파이 등 유명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기업을 보유한 스웨덴다웠다.
또 국내 시장에서 업계 최초로 T맵을 도입해 카플레이를 연동하지 않더라도 익숙하고 편리하게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다. 다른 완성차 브랜드들의 중앙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가로로 긴 직사각형인데 C40 리차지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 화면이다. 내비게이션을 볼 때 좌우보다 상하로 더 길을 봐야 해서 더 가시성이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차가 많이 막혔는데 이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실행하니 운전의 피곤함이 덜어졌다. 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조종하는 듯 저절로 움직였다. 차 앞 간격이 너무 가까워지자 자동으로 거리도 조절됐다. 또 오토 브레이크가 작동해 충돌 직전 멈춰져 접촉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만약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경우, 충돌 직전 안전벨트에 힘이 가해져 승객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중간에 드라이브 스루도 들렸는데 카페에 차를 너무 가깝게 댔는지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경고를 보냈다. 화면에는 위에서 차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어느 부분이 부딪힐 위험이 있는지 표시해줬다. 사각지대거나 표시가 모호해서 어디를 부딪칠 것 같아서 경고를 보내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직관적인 표시에 코너링이나 주차에 큰 도움이 됐다.
전기차 장점인 정숙성 역시 뛰어났다. ‘에어컨 소리가 이렇게 컸었나?’ 싶어 에어컨을 잠시 끄자 차 안은 고요해졌다. 에어컨 소리가 크게 느껴질 정도로 풍절음이나 바깥 소음은 잘 들리지 않았다.
내부 사운드 시스템도 훌륭했다. 음악을 재생하자 “‘고막에 때려 박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하고 감탄했다. 총 600W 출력을 발휘하는 13개의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덕이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차량 공간에 맞는 스피커를 탑재해 최적화된 사운드를 제공한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한 풍부한 사운드도 실제로 프론트, 리어 도어, 루프라인 등에 탑재돼 있고 차량 뒷바퀴 부근에 서브 우퍼가 공기를 증폭시켜 가능한 일이다.
가격은 친환경 세제 혜택 및 개별 소비세 3.5%를 반영한 기준으로 VAT 포함 6483만원이다.
▲타깃
-‘볼보’하면 안전, ‘안전’하면 볼보.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면
-북유럽의 평화(지루함)를 추구하는 당신
▲주의할 점
-스웨덴 사람처럼 키와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타보고 결정하길
-멀미에 약하다면 심사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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