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치가 떨린다” 초6에 폭행 당한 교사 남편의 호소

김판 2023. 7. 2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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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 그 부모와 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6학년 남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SBS 보도화면 캡처


초등학생 제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를 진단받은 교사의 남편이 직접 피해 사실을 알리며 탄원서 작성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내에게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남편은 “아주 치가 떨린다”며 가해 학생과 부모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피해 교사의 남편 A씨는 1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제 아내가 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글을 작성했다.

A씨는 아내에게 평소 가해 학생에게 들었던 내용을 전했다. A씨는 “올해 반에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아이가 한 명 있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그래 봐야 욕 좀 하고 소리지르고 물건이나 집어 던지는 그런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개학 이틀 차 화가 나서 밥 먹던 여자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며칠 뒤엔 남자애를 때리고 발로 밟고 그다음 주엔 남자애를 때려서 막았더니 제 아내를 때렸다.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 황당한 건 부모에게 전화했지만, 미안하다 괜찮으시냐는 말 한마디 없었다”면서 “우리 애가 소리에 민감하다. 혹시 싸움을 말리려다 그런 건 아니냐는 둥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했다”고 덧붙였다. 아내는 그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가해 학생은 아내에게 폭언을 계속했다고 한다. A씨는 “그 녀석은 계속 친구를 때리고, 제 아내에게 개OO, 인성OOO라며 욕하고 어떤 날은 기분이 나쁘면 아동학대다, 또 기분이 나쁘게 하면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밝혔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6학년 남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SBS 보도화면 캡처


그러던 중 결국 사고가 터졌다. A씨는 “아내에게 전화가 왔고 한참을 울다가 그 녀석에게 맞았다고 했다”며 “급하게 연차를 쓰고 아내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코피가 나고 부은 얼굴, 얼굴과 팔다리의 멍, 찢어진 입안, 반깁스를 한 손. 머리와 왼쪽 목, 허리가 너무 아프다는 아내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아내가 160㎝ 초반, 70~80㎏인 가해 학생으로부터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다고 적었다. 또 가해 학생이 가위와 탁상거울까지 던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잘해준 건 하나도 기억 못 하고 지가 해달란 거 안 해준다고 사람을, 선생님을 그렇게 패는 애가 어디 있나요”라고 남겼다.

A씨는 “아내는 그 상황에서도 요새는 소리지르면 ‘정서적 학대’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 소리도 못 지르고 머리만 감싼 채 참았다고 한다”며 “요새 교사들의 현실이 다 이런 건지 한숨이 나서 화도 못 냈다”고 했다.

A씨는 며칠 뒤 아내가 안쓰러워 안아주려고 했는데, 자신의 손길이 닿자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아내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A씨는 “아내가 저인 걸 알지만 손이 닿으면 맞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고 하더라”며 “다시 한번 분노가 차올랐다. 왜 그 녀석 때문에 우리의 신혼생활이 슬프고 힘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연신 미안해하는 아내를 저는 안아줄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의 부모는 피해 교사에게 따로 미안하다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그 부모는 전화 한 통 없었다. 학교에 전화해 보니 학교엔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며 “미안하긴 하다는 말로 시작했지만 ‘우리 애 탓만은 아니다’, ‘선생님도 잘못이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눈이 돌았다”고 전했다. 이어 “제대로 된 반성이 없는 이 집.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평생 제 아내 탓이라고 말하고 다니겠구나, 그 장면이 상상돼 아주 치가 떨린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차별해서 그랬다며 끝까지 제 아내 탓을 하는 그 집 부모에게 너무 화가 난다”며 “법 앞에서 그 부모와 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남겼다.

A씨 사건을 접한 교사 커뮤니티 회원 1800여명은 탄원서 작성에 동참했다.

반면 가해 학생 측은 “(B군이)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고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며 “(아이에게)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했는데 A교사가 B군만 차별하고 혼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교사와 동료 교사들을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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