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 참사 벌어진 이유, 제2의 예원예술대 사태 막기 위해 ‘고심’

김희웅 2023. 7. 20.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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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대학축구연맹)
대학축구연맹이 제2의 ‘예원예술대 사태’를 막기 위해 규정 변화를 검토한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제18회 1,2학년대학축구대회의 핫이슈는 예원예술대의 ‘대패’였다. 사실 대패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치 경기 결과와 내용이 모두 충격적이었다. 백두대간기 참가팀인 예원예술대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주대에 0-29로 졌고, 대구대전(0-31 패) 구미대전(0-29 패) 모두 영패했다. 

점수만 보면 ‘승부조작’을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예원예술대가 크게 진 이유가 있다.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로 명단을 꾸려 대회에 참가한 탓이다. 대회 최소 출전 신청 인원이 14명인데, 예원예술대는 15명을 데려갔다. 적은 인원 중 몇몇은 부상도 있었다. 

예원예술대가 무리해서 대회에 나선 것은 대한축구협회(KFA) 규정 때문이다. 등록팀이 1년에 최소 한 차례 KFA 승인 대회에 나서야 이듬해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한 개 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하면, 다음 해 축구부가 해체된다. 신입생 모집 등 어려움이 있는 대학의 경우 축구부의 해체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대학축구연맹도 일반 선수의 대회 참가를 막을 방도가 없다. ‘엘리트 선수만 대회에 나올 수 있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백두대간기, 태백산기 모두 초·중·고 시절 선수 생활을 한 대학생들이 나와 자웅 겨루는 대회로 여겨지지만, 규정만 따지면 일반 선수도 나올 수 있다.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은 “규정 때문에 생긴 문제다. 예원예술대 같은 팀을 대회에 못 나오게 하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규정상) 현재로서는 이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축구대회는 말 그대로 대학생들의 축제 중 하나다. 당연히 일반 학생들도 대회에 참가해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예원예술대의 사례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숱하다. 특히 조별리그 통과하려면 골 득실이 중요한데, 1차전에서 일반학생들을 상대로 29점을 넣으면 다음 팀들은 그 이상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뛰는 선수들, 보는 관중 모두 얻을 것 없는 경기로 전락하는 격이다. 

더 유의미한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장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변석화 회장은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경력이 있는 학생만 대학축구연맹 선수로 등록될 수 있다고 하면 인권 침해 소지가 될 수 있다. 대회가 끝나고 이사회에서 법률적으로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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