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패권·국제 유가 놓고 대결하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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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중동에서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37) 왕세자는 한때 그의 멘토였던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 나흐얀(62) UAE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의 등을 찔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빈자이드 대통령은 사우디가 주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아랍 정상회의에 가지 않았으며, 빈살만 왕세자는 1월 UAE가 소집한 지역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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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이드 “왕세자 행동이 문제”
사우디는 OPEC 석유 감산 주도
석유 증산 원한 UAE는 큰 손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중동에서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37) 왕세자는 한때 그의 멘토였던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 나흐얀(62) UAE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의 등을 찔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2월 수도 리야드에서 현지 취재진을 불러 비공개 브리핑을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수십년 동맹국인 UAE가 우리의 등을 찔렀다”며 “그들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예멘 정책과 사우디 주도의 원유 감산 방침을 둘러싸고 양국 간 입장차가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UAE는 지난해 10월 사우디가 원유 감산을 결정하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미국 관리들과 언론에 “사우디가 이 결정에 동참하도록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WSJ는 “UAE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0만 배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책에 따라 300만 배럴까지만 생산할 수 있게 돼 수천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내전 중인 예멘에 대한 지원 전략을 놓고서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두 국가는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에 맞서 예멘 정부군을 함께 도왔지만 UAE는 2018년부터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줄여왔다.
WSJ는 “두 나라의 실질적인 1인자 사이에 발생한 균열은 중동과 세계 석유시장의 지정학적 경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패권 경쟁도 치열하다. 빈살만 왕세자는 UAE 두바이에 몰린 외국기업 지역본부를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이전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UAE에 필적하는 물류허브와 기술센터를 건립하는 등 경제 다변화정책인 ‘사우디 비전 2030’을 시행 중이다. 지난 3월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과 경쟁할 제2의 국적 항공사 설립계획도 발표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와 빈자이드 대통령은 6개월 넘게 대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자이드 대통령은 사우디가 주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아랍 정상회의에 가지 않았으며, 빈살만 왕세자는 1월 UAE가 소집한 지역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빈자이드 대통령은 지난해 말 빈살만 왕세자에게 “당신의 행동이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다”고 사적으로 경고했다고 한다.
미국은 곤란한 눈치다. 양국 간 경쟁으로 이란 대응과 예멘 내전 종식,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의 관계개선 등을 위한 ‘안보동맹 체제’ 구축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고문인 디나 에스판디어리는 “빈살만 왕세자는 빈자이드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며 “양국 모두 서로에게 단호해지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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