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작가·배우 파업 초래한 AI

장지영,문화체육부 2023. 7. 2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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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역대 최고의 시트콤으로 NBC TV에서 1989~1998년 9시즌이 방영된 '사인펠드'를 꼽는 사람이 많다.

이 작품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가 3명의 괴짜 친구와 함께 뉴욕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담았다.

이런 AI 문제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와 함께 미국작가조합 및 미국배우조합 파업의 양대 쟁점이 됐다.

AI와 관련해 이번 미국의 작가·배우 노조 파업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예술 생태계의 미래는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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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미국에서 역대 최고의 시트콤으로 NBC TV에서 1989~1998년 9시즌이 방영된 ‘사인펠드’를 꼽는 사람이 많다. 이 작품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가 3명의 괴짜 친구와 함께 뉴욕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담았다. 작품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네 친구의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냉소적인 유머를 선사한다. ‘사인펠드’는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자 극작가, 프로듀서인 사인펠드가 정상에서 그만두길 원하면서 막을 내렸다.

최근 미국에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인펠드’ 대본을 새롭게 쓰고 있다. AI를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와 미디어를 만드는 ‘미스매치 미디어’가 지난해 12월부터 생방송 스트리밍서비스 사이트인 트위치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낫싱, 포에버(Nothing, Forever)’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내는 AI를 가리킨다. 즉 기존 데이터와의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던 예술 분야에도 빠르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낫싱, 포에버’는 ‘사인펠드’를 학습해 에피소드의 패턴 및 등장인물의 성향과 행동거지 등을 토대로 새롭게 대본을 만들어낸다. 다만 연기하는 배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들었다. 캐릭터의 음성과 움직임 등도 모두 자동으로 생성된다.

‘낫싱, 포에버’는 미스매치 미디어가 성능 향상을 위해 AI 모델을 바꾼 후 극중 캐릭터가 차별적 발언을 하는 바람에 지난 2월 스트리밍이 2주간 차단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 외에도 ‘낫싱, 포에버’는 그래픽이 캐릭터의 움직임과 대사를 종종 정확히 맞추지 못하는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꽤 재밌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낫싱, 포에버’ 이후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을 생성형 AI로 학습시켜 만든 가상 애니메이션 ‘AI 스폰지’가 트위치에서 방영됐다. ‘AI 스폰지’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자 기존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한 ‘AI 심슨 패밀리’ ‘AI 마리오’ 등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낫싱, 포에버’와 ‘AI 스폰지’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AI는 방송·영화 작가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아직은 수익 목적이 아닌 테스트에 가까운 작업이지만 이미 저작권 논란이 야기될 만큼 상업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제로 방송사와 영화사, OTT 등 고용주 입장에서는 기존 작품을 학습한 생성형 AI를 이용해 기본적인 구조나 초안을 만든 후 작가들을 참여시켜 완성도를 높이는 게 경비 절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AI 문제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와 함께 미국작가조합 및 미국배우조합 파업의 양대 쟁점이 됐다. 배우조합은 앞서 5월 파업을 시작한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최근 OTT의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 AI 확산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AI와 관련해 배우·성우들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가 딥페이크 기술로 얼마든지 재창조되는 것을 우려해 디지털 초상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자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분장, 음향, 편집 등 전문 스태프들 역시 AI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80세인 해리슨 포드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AI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해 40대 모습을 연기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런 전문 스태프의 일자리 역시 줄어들게 된다.

AI와 관련해 이번 미국의 작가·배우 노조 파업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예술 생태계의 미래는 바뀌게 된다. 한국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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