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집어등 교회를 이룰 수는 없을까

2023. 7.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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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반기 교역자 수련회차 제주도에 갔다. 제주의 밤에 바다로 눈을 돌리면 찬란한 불빛이 보인다. 그 불빛은 동해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오징어를 잡기 위한 ‘집어등’이다. 사람들이 보기엔 그 집어등이 얼마나 찬란하고 눈부신지 모른다. 그러나 오징어로서는 가장 슬프고 비극적인 불빛이다.

오징어는 다른 물고기와 다르게 시각이 발달해 있다. 그 시각은 눈부시고 찬란한 불빛을 좋아한다. 그 불빛을 보는 순간 오징어는 사족을 못 쓴다. 사랑하는 어머니도 등 뒤로 하고 죽고 못 사는 짝도 버린 채 불빛을 향해 질주한다. 그러다가 그만 어부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고 만다.

오징어에게는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 돼버리는 것이다. 만일 오징어에게 생각이 있다면 아마 이렇게 후회할 것이다. ‘아차 속았구나! 저 불빛의 유혹에 내가 걸려들었구나.’ 그러나 가슴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시인 유하는 이런 시를 썼다. ‘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든 광명을.’

이 시적 의미는 오징어의 생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모든 시에서 은유의 본질이란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탐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시는 문장과 문맥을 초월해 삶의 차원으로 퍼진다. 그러므로 이 시는 인간에게도 가장 아름다운 것이 죽음이 될 수 있고,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유혹의 미끼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요즘은 그 집어등마저도 안 통하는지 오징어가 잘 안 잡힌다고 한다. 어쩌면 집어등의 밝기와 색깔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집어등을 보며 이런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고의 대전환을 해봤다.

‘한국교회가 집어등 교회를 이룰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오징어를 유혹하는 집어등은 죽음의 미끼가 되지만 한국교회가 집어등을 켜놓으면 죽을 영혼, 영원히 멸망할 영혼이 새 생명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세상이 어둡고 혼탁하다 할지라도 교회가 제대로 집어등을 켜고 비춘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죽을 영혼을 영원히 구원하고 수많은 영혼을 거룩하게 납치할 수 있다.

찬란한 집어등을 통해 한국교회는 거룩한 영혼의 포로수용소가 되고 새 생명의 어장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교회가 신앙의 본질 회복과 초대교회적 원형 교회를 이뤄야 한다. 그리고 현대인의 안목과 생각에 호기심을 당겨주는 매력을 보이고 거룩한 유혹의 빛을 발산해야 한다. 세스 고딘이 말한 ‘보랏빛 소’와 같은 교회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게는 지역주민에게 매력 있는 교회로 비쳐야 하고, 넓게는 이 시대와 사회에 신비스러운 유혹의 빛을 비춰야 한다.

과거 선교사들은 암흑의 우리 민족에게 집어등 빛을 비추었다. 선교사뿐 아니라 한국의 초대교회는 암울한 우리 민족의 멍든 가슴을 어루만지고 시대의 아픔을 치유해줬다. 우상과 미신, 가난과 질병으로 가득했던 조선 땅에 학교와 병원을 지어 문맹을 깨우치고 구제하면서 영혼 구원에 앞장섰다. 한마디로 시대적 집어등이 돼준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교회는 시대적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사회가 교회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특히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반기독교 사상과 문화, 정서로 인해 사회는 더 어둠의 바다가 돼가고 있다. 교회가 집어등을 켜지 못하고 꺼져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성경의 진리와 구원의 복음을 잃어버린 채 현란한 욕망의 불빛에 속아 표류하고 말 것이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생명의 말씀과 복음의 능력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더 눈부신 복음의 빛과 더 거룩한 이미지의 광채를 비춰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영적 암흑이 돼 버린 시대를 향해 집어등을 켜야 한다. 개교회는 개교회대로, 교단은 교단대로, 연합기관은 연합기관대로 어두운 밤바다를 향해 집어등을 켜자. 지금도 구원의 불빛을 찾고 있는 수많은 영혼을 향하여.

(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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