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이도류
‘이도류(二刀流)’라는 표현은 일본 검술에서 양손에 무기를 하나씩 들고 싸우는 방식 또는 유파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스포츠계 전체에서 두루 쓰이는 용어가 됐다. ‘두 가지 포지션을 우수하게 소화하는 선수’ 또는 ‘서로 다른 두 종목에서 뛰는 선수’라는 의미다.
이도류 스포츠 스타의 간판은 메이저리그야구(MLB)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다. 투수와 타자 중 한쪽만 매진해도 성공 확률이 희박한 메이저리그에서 두 역할을 모두 수준급으로 해내며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오타니는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2021년에는 아메리칸리그 MVP와 함께 올스타전에서 선발투수 겸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이색 이력을 추가했다. 오타니의 활약 덕분에 이도류의 영어식 표현인 ‘투 웨이(two way)’는 물론이고 일본어 발음인 ‘니토오류’도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익숙해졌다.
올 시즌의 오타니는 타자로서 더욱 주목 받는다. 19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 95경기 만에 시즌 35호포를 신고했다. 현재 추세를 유지하면 산술적으로 정규시즌(162경기) 59.7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지난 1927년의 베이브 루스(60개)와 1961년 로저 매리스(61개), 지난해 애런 저지(62개)까지 한 시대를 빛낸 여러 강타자들의 기록을 넘볼 수 있는 페이스다.
오타니의 성공을 이끈 요인은 타고난 재능을 뛰어넘는 성실한 자기 관리와 계획적인 삶에 있다. 고교 시절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인생 계획표는 ▶19세 영어 정복 ▶20세 메이저리그 진출 ▶22세 사이영상 수상 ▶26세 월드시리즈 우승 ▶27세 리그 MVP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들로 가득하다. 제때 실현하지 못한 게 대부분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한 걸음씩 꿈에 다가가고 있다. 그의 계획표는 ▶40세 마지막 경기 노히트 노런으로 끝난다.
살다 보면 오타니처럼 두 개 이상의 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이들을 간혹 본다.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동시 합격했다거나, 4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들이 휘두르는 여러 개의 칼날 이면엔 또 어떤 남모를 노력이 숨어 있을까. 이 세상 모든 이도류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송지훈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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