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84) 꽃 지는 날
2023. 7. 20. 00:34
꽃 지는 날
김왕노(1957~ )
내 그리 살폈으나 기어이 가는구나
마지막 그 꽃말은 채 듣지도 못했는데
가만히 눈을 감으며 손금을 새겨 읽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손금에 새겨 두라
아무리 정성 들여 보살펴도 꽃은 지고야 만다. 마지막 꽃말은 채 듣지도 못했으니 눈감고 그 말을 손금에 새겨 읽는다.
게릴라식 폭우가 전국을 강타했다. 50명에 이르는 사망 실종자도 가공할 일이지만, 14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두고 관계 당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 국민을 절망케 한다. 사태의 본질은 자연재해지만 이렇게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것은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전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재해의 강도가 세지고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식의 느슨한 대처로는 재발을 막기 힘들다. 시인의 말처럼 손금에 새겨두고 명심 또 명심해야 할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관리 부실로 해마다 반복되는 산사태 비극이나 이번 수해 같은 참극을 또 겪게 된다. 이것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민낯이라는 게 부끄럽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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