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해병대원 14시간 만에 발견…부모 "구명조끼도 없이" 오열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산사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약 14시간 만에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3분쯤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내성천 보문교 부근에서 전날(18일)부터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채모(20)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고 당시 보문교 부근에서 수색작업 중이던 해병대원은 39명으로, 이들은 일렬로 4m 정도 거리를 두고 9명씩 ‘인간띠’를 만들어 하천 바닥을 수색했다. 채 일병과 동료 2명은 물속 발아래 지반이 꺼지면서 급류에 휩쓸렸다. 동료들은 수영해서 빠져나왔지만, 채 일병은 급류에 그대로 떠내려갔다. 사고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헬기와 드론 등으로 채 일병 수색에 나섰다. 채 일병은 오후 11시8분쯤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발견돼 인양됐다.
채 일병 등 해병대원은 구명조끼나 로프는커녕 아무런 구호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수색작업에 투입됐다.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채 일병 부모는 오열했다. 부친은 중대장에게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 이거 살인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수색작전뿐 아니라 대민 지원을 나가는 장병 전원에게 구명조끼가 지급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병대의 경우 상륙고무보트(IBS) 작전 등 해상 임무를 부여받은 인원에게만 상시 구명조끼가 보급된다. 포병 등 지상 작전 인원까지 상시 개인 보급품으로 구명조끼를 배치하기는 예산 등 여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예천 지역 실종자 5명 가운데 실종자 1명과 실종자로 추정되는 1명 등 2명이 시신으로 발견돼 이번 호우로 인한 경북지역 사망자는 24명(오후 6시 기준)으로 늘었다. 오전 10시26분 은풍면 은산리에서 실종된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4시38분에는 은풍면 오류리 사과밭에서 차를 몰고 대피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5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예천 지역의 남은 실종자는 산사태가 일어난 감천면 벌방1리 2명, 급류에 휩쓸려 주민이 실종된 은풍면 금곡리 1명 등이다. 구조 당국은 22~23일 다시 비가 예보된 만큼 21일까지 최대한 실종자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예천=김정석 기자, 이근평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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