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 전략핵잠 탑승…“북 핵도발 땐 정권 종말” 경고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북한이 핵 도발을 꿈꿀 수 없게 하고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전략핵잠수함으론 42년 만에 전날 한국에 전개한 미 해군 켄터키함(SSBN-737)을 방문해서다. 켄터키함은 전략·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트라이던트-Ⅱ 핵미사일 24기로 무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3시30분~3시46분 평양 순안 인근에서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북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550㎞로 북한 순안에서 켄터키함 기항지인 부산의 직선거리와 거의 일치했다.
윤 대통령은 12시간가량이 지난 이날 오후 3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기지에 정박한 켄터키함 내부의 지휘통제실과 미사일통제실, 미사일 저장고 등을 순시한 후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 전략자산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함선 내부에서 켄터키함장 등으로부터 30여 분 동안 성능에 대한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중 하나인 미국의 SSBN 켄터키함에 방문하게 돼 뜻깊고 정말 든든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켄터키함의 전개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전개하고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SSBN의 한국 기항은 1981년 3월 로버트리함의 경남 진해항 방문 이후 42년 만이다.
해군작전사령부 찾은 윤 대통령 “We sail together”
특히 미 해군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켄터키함은 핵 공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탑재 핵추진잠수함이다. 선체 길이 170m, 폭 12m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SSBN으로도 분류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 D5’ 24기를 적재할 수 있다.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약 1만2000㎞에 달한다.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은 탄두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0배 이상의 위력의 전략핵 W88(475㏏)을 장착할 수 있고, 5~7㏏ 규모 신형 전술핵무기인 W76-2를 다탄두로도 장착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승함 전 격려사에서 “우방국 대통령으로서는 제가 처음으로 SSBN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 결과를 설명하며 “한·미는 핵 자산과 비핵자산을 결합한 핵 작전의 공동기획과 실행을 논의하고 한반도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 배치의 가시성을 제고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NCG 회의와 SSBN과 같은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통해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연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주한미군과 한국군, 멀리에서 오신 켄터키함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켄터키함에 대해 “미국의 ‘핵 전력 3축(Triad)’ 체계 중 아주 중요한 전략적 플랫폼”이라며 “또한 가장 생존성 높은 3축 체계 자산 가운데 하나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중요 구성 요소”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켄터키함의 기항은 40여 년 만에 미국 SSBN이 한국을 방문으로 이는 미국이 대한민국에 제공하는 철통같은 공약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켄터키함은 전날 한·미 NCG 첫 회의에 맞춰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바로 다음 날 윤 대통령의 시찰이 이어진 것이다. 이날 공개된 켄터키함의 선체 위에는 성조기가 펄럭였고, 선체 양옆으로는 핵미사일 발사구 입구가 좌우로 12개씩 총 24개가 선명하게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4월 26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워싱턴 선언’을 행동으로 입증한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켄터키함 승선 이후 해군작전사령부 본부도 방문했다. 방명록에는 ‘막강 대한민국 해군 글로벌 안보 협력의 초석’이라고 적었다. 그런 뒤 한·미 장병들이 함께 근무하는 연합작전협조과를 찾은 윤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의 구호는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인데 이곳 해군작전사령부의 구호는 ‘We sail together’(같이 항해합시다)”라며 장병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지휘통제소에서 군 작전대비태세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평화는 한·미 동맹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켄터키함 승선과 해군작전사령부 방문에는 김건희 여사도 함께했다. 김 여사는 사령부내 네이비 클럽에서 한·미 여군 장병들과 별도 환담을 갖고 “여러분은 자랑스러운 국가의 딸”이라며 “바다를 지킨다는 사명감과 여성 특유의 감성과 힘을 바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여러분들을 보니 든든하다”고 격려했다.
현일훈·이근평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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