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늦어…중국인의 일본차 사랑도 끝

임주리 2023. 7. 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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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도요타를 비롯해 전기차 개발에 뒤처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전환을 발판 삼아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는 도요타·닛산·혼다·마쓰다·미쓰비시·스바루 등 중국 업체와 각각 합작해 현지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업체 6곳의 지난 상반기(1~6월) 총판매량이 171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9.9% 감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영희 디자이너

당연히 시장 점유율도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말 기준 이들 6개 업체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약 18%로 지난해 동기 대비해 4%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거세게 일었던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닛산(-24.4%), 혼다(-22%) 등이 체면을 구겼고, 그나마 도요타가 2.8% 감소해 간신히 자존심을 지켰다. 미쓰비시는 야심 차게 내놓은 전기차 에어트렉이 흥행에 실패하자 아예 중국 생산을 접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본 자동차는 세련된 디자인에 연비까지 좋아 한때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다. 일본 차의 위상이 추락한 건 전기차 개발에서 뒤처지면서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전기차 사업을 키워왔다. 덕분에 현재 판매되는 차량의 32%가 전기차다. 중국자동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952만 대였는데, 이 가운데 전기차·하이브리드차(신에너지차)는 25% 증가한 308만 대였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일본 업체들은 뒤늦게 ‘가격 인하’ 등 소비자 유인책을 내놨지만 큰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일본 업체들은 역동적인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미 경쟁 업체들에 밀렸다”고 진단하면서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 19에서 벗어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중국에선 지난해 2700만 대의 차량이 팔려 미국(1400만 대), 유럽(1130만 대)을 누르고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성장세를 견인하는 전기차 부문은 현지 브랜드들이 꽉 잡고 있다.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현지 브랜드 점유율은 50%(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에선 83%(SNE리서치)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전기차 전문매체 씨엔이브이포스트(CnEVPost)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미국 테슬라가, 중저가 시장은 BYD(비야디)·니오·샤오펑 등 현지 브랜드가 양분했다”고 분석했다. 후발 주자인 일본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현대차는 조금씩 반등하는 모양새다. 현대차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11만83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4000여 대를 더 팔았다. 약 26%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7%로 지난해(1.5%)보다 소폭 상승했다. 중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지는 점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2018년 5.3%였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기아는 N브랜드로 대표되는 고성능차와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현지 맞춤형 SUV 모델(무파사), 전기차 등을 내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경현 기아 중국법인 총경리는 지난 4월 열린 상하이국제모터쇼에서 “203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45만 대 판매를 목표로 이 중 40%를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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