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꼴찌팀 간 박정아 “밑에서 올라가는 거라 부담 없어"
“밑에서 올라가는 거니까 부담은 없습니다.”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공격수 박정아(30)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포부를 밝혔다. 가는 팀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고 해서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그는 세번째 팀인 페퍼저축은행에서 또 하나의 우승 반지를 끼겠다는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2021년 창단한 여자부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은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두 시즌 동안 성적은 8승 59패.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고 느낀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열리자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도로공사 우승의 주역인 박정아에게 역대 최고액인 3년 총액 23억5000만원을 제시하면서 스카우트에 성공했다. 수비력이 뛰어난 채선아와도 계약했고, 내부 FA였던 오지영, 이한비도 잡은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힌다.
1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만난 박정아는 "시즌을 마친 뒤 대표팀에서 뛰느라 체력적으로 지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배려를 해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오지영, 프로 입단 동기 채선아, 세터 이고은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신임 조 트린지 감독은 "박정아는 V리그 최고의 선수"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오지영은 "새로온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과 사이가 좋아서 합이 기대된다. 그 선수들에게 부담을 안주려고 한다"고 했다. 박정아의 팬들이 보낸 커피차 덕분에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우승 팀에서 최하위 팀으로 이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박정아는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즐기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서 배구하는 게 아니다. 밑에서 올라가는 건데 부담이 있겠느냐. 재밌게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동료들과 함께 해내겠다"고 했다.
박정아는 장신(1m87㎝)을 활용한 타점 높은 공격과 블로킹이 일품이다. 2018~19시즌 이후 국내 선수 중에선 항상 득점 톱3 안에 들었다. 하지만 서브 리시브는 뛰어난 편이 아니다. 전 소속팀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문정원과 임명옥, 두 선수에게 주로 리시브를 맡겼다. 박정아는 "그런 걱정들을 잘 알고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장점인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가대표팀 주장인 박정아는 VNL을 마친 소감에 대해 "항상 대표팀에 다녀오면 지는 경기에서도 배우는 점이 많다. V리그는 외국인선수 1명인데, 다른 나라와는 외국인 6명과 대결하는 느낌이고 실제로 그렇다. 세계적으로 빠른 배구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배구를 우리가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페퍼저축은행은 30일 개막하는 컵대회에서 도로공사와 첫 경기를 치른다. 다만 트린지 감독이 국가대표팀에 다녀온 박정아에게 휴식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트린지 감독은 "컵대회는 리그를 위한 준비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정아는 "도로공사여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경기를 다 이기고 싶다. 만약 뛰게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안 뛴다해도 우리 팀이 이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IBK기업은행에서 3번, 도로공사에서 2번 정상에 올랐다. 임명옥(도로공사)·황연주(현대건설)와 함께 최다 우승 기록(5회)을 갖고 있다. 박정아는 "여러 차례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계약기간(3년) 안에 한 번은 우승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이 팀에 왔다"고 밝혔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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