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사대립·표결·항의 반복…“전문가 중심 결정을”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40원(2.5%)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장장 15시간의 밤샘 논의를 거쳐 결정된 인상 폭임에도 노사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근본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오전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액을 시간당 986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206만740원이다. 인상률은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다. 그럼에도 액수로는 일본 도쿄의 올해 최저임금 1072엔(약 9700원)보다 높은 아시아 최상위권이다. 대만(176대만달러·약 7160원), 홍콩(40홍콩달러·약 6480원), 일본 전체 평균(961엔·약 8700원)을 웃돈다.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결정된 작년과 달리, 올해는 근로자위원(노동계) 1만원(3.95%)과 사용자위원(경영계) 9860원(2.5%)을 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투표 결과 사용자위원안 17표, 근로자위원안 8표, 기권 1표 등으로 사용자위원안이 최종 채택됐다.
사용자위원 9명 뿐만 아니라 공익위원까지 대부분 ‘3.95%’가 아닌 ‘2.5%’에 몰표를 던진 배경엔 고공 행진하던 물가 상승세가 올해 들어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숙원이었던 ‘1만원’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표결을 마치고 “결국 ‘답정너’로 끝난 최저임금 결정”이라며 “저임금 노동자들의 꿈을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하지만 불만이 있는 건 당초 ‘동결’을 원했던 경영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논평을 통해 “최초안으로 동결을 제시했으나 이를 최종적으로 관철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소상공인연합회) 등의 반발도 이어졌다.
결국 해마다 노사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갈등이 반복되는 모습에 ‘최저임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실증적인 증거를 갖고 합의할 수 있는 규칙과 규범에 근거한 최저임금 결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종마다 지급능력과 생산성에 차이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예컨대 지불 능력이 낮은 업종은 동결 내지 1% 미만으로 올리고, 나머지 업종은 3~5%로 올리는 등 구분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도 덜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자본시장 금리 결정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기준 임금인 최저임금도 전문가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노사는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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