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H그룹 총괄부사장 구속영장 기각… "증거인멸·도망 염려 없어"

"책임 정도 판단의 여지 있다고 보이"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4000억원대 배임 및 600억원대 횡령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KH그룹 총괄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 부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및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이 김 부사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사건과 관련 횡령·배임 및 입찰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 KH그룹 총괄부사장이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유 부장판사는 "본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그동안 수차례 조사 과정에서 사안의 실체 파악에 일정 부분 협조해 온 피의자의 태도와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 이 법원의 심문결과 등에 의할 때, 현 시점에서 증거인멸 내지는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본건 회사의 의사결정구조와 자금집행임원이라는 피의자의 역할의 기본적 성격, 피의자가 본건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았던 정황 등을 감안할 때, 피의자의 책임 정도에 관하여는 향후 절차에서 판단의 여지도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김 부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는가', '배 회장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김 부사장은 KH그룹의 자금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배 회장의 지시를 받아 약 650억원의 회삿돈을 배 회장 개인의 채무 변제나 카드 대금을 결제하는 데 쓴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를 받는다.

2021년 계열사 자금 약 4000억원을 동원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후 이를 배 회장의 차명 회사가 취득하게 함으로써 계열사들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와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거나 강원도 측에서 전달받은 매각 예정가 등 비밀 정보를 이용한 혐의(입찰방해)도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