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참사 속 빛나는 의인들… 공직자는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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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수해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시민들의 사연이 전해지며 울림을 주고 있는 반면, 예견된 '인재'임에도 이를 막지 못한 공직자들과 정치권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사는 각 기관의 부실한 대응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엄중수사를 통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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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끼리 ‘구조 릴레이’… 타인에 손 내민 의인들
오송 참사 1시간 뒤 첫 보고 받은 충북지사·청주시장
12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수해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시민들의 사연이 전해지며 울림을 주고 있는 반면, 예견된 ‘인재’임에도 이를 막지 못한 공직자들과 정치권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오후 6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호우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경북 24명, 충북 17명, 충남 4명, 세종 1명 등 사망자가 46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4명, 부상자는 35명이다. 집중호우로 일시대피한 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도 전국 3655가구 5494명에 달한다.
‘살갗 벗겨져도’… 구조 위해 손 내민 의인들
집중호우 침수 참사 현장에서 필사의 구조 활동을 펼친 의인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미호강에 쌓은 임시 제방이 무너지며 6만t의 강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당시 충북 증평군수도사업소 하수도팀장인 정영석씨는 휴일이었지만, 집중호우에 대비한 비상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길에 손을 내밀어 시민들의 목숨을 구해냈다.
정씨는 침수 차량 지붕에 있다가 올라오지 못하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여성 3명을 끌어올렸다. 살갗이 벗겨지고 피멍이 든 그의 양손바닥 사진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준다.
이 의인을 구한 ‘의인’은 또 있었다. 난간 끝을 붙들고 있던 정씨에게 손을 내민 건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씨다. 그는 버스 안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과 남성 2명을 구했다.
승객을 구하려 했던 747번 버스 운전기사 A씨 역시 의인이다. A씨는 지하차도가 침수될 때 창문을 깨 승객들의 탈출을 도우려 했다. 그는 승객을 탈출시키고 남아 있는 승객을 구하기 위해 버스로 돌아왔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해졌다.
보이지 않는 공직자들… 늑장 보고에 골프까지
특히 이번 재난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며 공분을 사고 있다.
19일 충북도에 따르면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9시44분경 비서실장을 통해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 청주시에 따르면 이범석 청주시장도 오전 9시40분경 비서실장을 통해 첫 참사보고를 받았다. 사고는 오전 8시45분경 발생했는데, 이들이 보고를 받은 시점은 1시간 정도가 지난 후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건 각각 오후 1시20분, 오후 2시40분경이었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인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김 지사와 이 시장, 미호강 임시 제방을 담당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이상래 청장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사는 각 기관의 부실한 대응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엄중수사를 통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북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골프를 즐긴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기도 했다. 해명은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홍 시장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는 다행히 수해 피해가 없었다”면서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홍 시장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는 19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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