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GS건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GS건설이 창사 이래 유례없는 악재를 맞았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에는 폭우로 아파트가 침수되면서 국내 상위 아파트 브랜드로 인식됐던 ‘자이’와 GS건설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 시장에서는 재시공으로 인한 비용 부담 등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증권가도 GS건설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상환 리스크도 남아 당분간 GS건설이 붕괴 사고 여파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을 책임진 GS건설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앞서 지난 4월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자이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다. 1블록 702가구, 2블록 964가구 등 총 1666가구 규모 대단지로 조성되는 이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시공에 GS건설·동부건설·대보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사고 전 공정은 70% 가까이 진행됐다. 올해 10월 완공, 12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 중이던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붕괴됐다.
이에 대해 7월 5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는데 건설사고조사위는 이번 사고 원인을 설계 단계부터 시공과 감리까지 모든 단계마다 총체적 부실로 인한 것으로 요약했다. 시공사인 GS건설이 이미 전단보강근(철근)을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고 철근을 추가로 누락했고 그 상태에서 콘크리트 강도까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서 무너져 내렸다는 판단이다.
당시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곧 입주를 앞두고 사고가 발생해 예비 입주민의 불안감이 컸다. 당초 올 연말 새 집에 입주하려던 계획이 틀어졌고 전면 철거와 재시공이 결정되면서 입주 예정일이 4~5년가량 늦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앞서 GS건설은 “시공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총 17개동, 1666가구에 대해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다. 입주 지연에 따르는 모든 보상을 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한 GS건설은 공시를 통해 철거 공사비, 신축 공사비, 입주 예정자 관련 비용을 감안해 약 5500억원을 2023년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반영할 계획이다. 자금은 철거부터 신축 아파트 준공 때까지 약 5년 동안 나눠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GS건설과 ‘자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토부 행정처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에 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 처분까지 맞는다면 앞으로 영업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파트 브랜드 평판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2위였던 자이는 검단 사고 발생 후 6월 조사에서 순위가 7위로 떨어졌다.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하면 향후 수주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에는 GS건설이 시공한 경기도 평택시의 자이 아파트 신축 지하주차장에서 물난리가 발생했다. 이어 7월 11일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커뮤니티 시설과 보행로, 지하주차장이 폭우에 침수됐다. 지난 3월 갓 입주한 개포자이는 전용 84㎡ 시세가 25억원대로 서울 강남권의 고급 신축 아파트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6월 누수에 이어 또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GS건설은 다시 한 번 심대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GS건설 주가 올 들어 33% ‘뚝’ 신저가
이들 사건 이후 GS건설은 네티즌 조롱의 대상이 됐고, ‘순살자이(순살 치킨처럼 골조가 빠진 자이)’ ‘하자이(하자+자이)’ ‘자이 더 워터밤(물난리)’ 등의 단어가 널리 퍼져나갔다.
GS건설 악재는 이뿐 아니다. 사고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실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올 2분기 영업적자를 예상하는 분석이 앞다퉈 쏟아졌다. GS건설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다면 2014년 1분기 이후 9년 만이다.
GS건설 주가는 지난 7월 10일 장중 1만3370원을 찍으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52주 최고가가 3만35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40% 수준으로 고꾸라진 셈이다. 올 초(1월 2월 기준 2만50원)와 비교하면 33.3% 하락했다. 주가는 7월 13일 1만4250원으로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그간의 낙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GS건설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락한 당시에도 최저 1만4000원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증권가는 GS건설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만원에서 1만6000원으로, 한화투자증권은 3만1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GS건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검단 사고 손실비용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하면 올해 적자전환하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의 기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700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3000억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은 이번 재시공 관련 손실 반영으로 적자전환하며 실적 가시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실정”이라며 “신사업 등 기타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논하기 앞서 오는 8월 국토부의 전수조사 결과를 확인해야 계속 기업가치를 논할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의 자금 조달 여부를 놓고도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 신용등급마저 하락할 경우 PF 지급보증에 대한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GS건설 주택 사업 관련 지급보증 규모는 총 2조9018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1조2839억원(약 44%)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인도 하락과 (8월 중순께 수위가 결정될) 부정적인 행정처분 등으로 회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할 수 있고, 이 경우 부동산 PF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고 조사 발표 이후 자본 시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유동화증권이나 회사채 등의 발행 여건 관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GS건설은 회사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축한다. 대부분 사업성 좋은 사업지에 대해 투자가 이뤄졌고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도 약 4조원이라 유동성에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75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제 시장 시선은 GS건설에 대한 행정처분에 쏠린다. 국토부가 등록말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하지 않는다고 해도 GS건설은 추락한 이미지 회복 등 사고 수습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걸릴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처분 요청 후 지자체가 실제로 행정처분을 내릴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하기 때문에 처분이 실제 집행되기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실제 집행과는 무관하게 이런 사고에 책임이 있는 건설사는 당분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지를 수주하더라도 이전보다, 경쟁사보다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진단도 같은 맥락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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