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율 60%' 이 직장…"가오 상실 시대" 한탄하는 의사들 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의료 중심으로”
여나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관 ‘제4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 연구위원은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 중심 지역완결 필수의료 전달체계 혁신방향’ 주제 발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 할당제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의대 정원 증원이 진행돼야 한다”라는 게 여 연구위원 주장이다.
여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역 의대 정원이 많을수록 해당 지역 의사로 활동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이 많은 상위 지역인 강원(268명)과 전북(235명)의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은 각각 174.4명과 132.8명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각각 1.81명, 2.09명으로 조사됐다. 의대 정원이 적은 하위 지역인 전남(0명)·경북(49명)의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은 각각 0명과 18.84명이었는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각각 1.75명과 1.39명으로 파악됐다. 전남·경북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전국 도 기준 최저 수준이다.
여 연구위원은 “지역에서 의대를 나오면 익숙한 정주 여건을 선호하는 등 임금 외 요인에 대한 선택이 열려 지역 의사 수가 늘어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지역은 상대적으로 의사 수가 많아 평균 임금도 다른 지역보다 낮은 경향을 띈다고 여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국립대병원 퇴사율 60%…“가오 상실의 시대”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의료 상황은 한 단어로 ‘가오(얼굴을 뜻하는 일본어로 체면이나 자존심이라는 뜻)’ 상실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전엔 국립대병원 등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면 사회적 존경 등을 받았는데, 이제 그런 체면으로 살기에는 상대적인 임금 격차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라면서다. 정 교수는 “지역에서 권역책임의료기관을 하는 의대 위주로 정원이 배정된다면 지역에 정착하는 의사가 늘어나는 등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단칼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쾌도난마식 해결책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국립대병원과 같은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의료 역량을 강화해 거점으로 만들고, 거점을 중심으로 지역 1~3차 의료기관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긴밀히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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