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술이 다르냐" 자기측 증인 다그친 검찰... 윤미향 항소심 '헛발질'
[김종훈 기자]
▲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023년 2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이희훈 |
검찰이 후원금 횡령 등에 무죄를 받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1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가 다시 한번 감지됐다. 19일 열린 5차 공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이가 검찰의 기대와 달리 윤 의원에게 유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검찰은 결국 자신들이 부른 증인을 향해 '왜 검찰에서 한 진술과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고압적인 분위기에서도 증인은 검찰이 기대한 증언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윤미향 의원 측 변호인의 말에 참았던 감정을 터트리며 눈물까지 흘렸다. 결국 재판장이 검찰을 향해 "신문 방식을 바꾸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분명 검찰이 예상한 그림은 아니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한창훈·김우진)는 길원옥 할머니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간병한 요양보호사 A씨를 불러 길 할머니의 인지능력 여부를 확인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중증치매 진단을 받은 길 할머니를 속여 정의연(정의기억연대) 등 단체에 후원금 기부를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 간병인 "할머니 상태 양호"
증인석에 앉은 요양보호사 A씨는 검찰의 기대와 달리 시종일관 "길원옥 할머니의 상태는 양호했다"라고 밝혔다.
검찰: "(간병을 시작한) 2016년 길원옥 할머니의 건강상태는 어땠나?"
A씨: "양호했다고 봐야 한다."
검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양호했다는 거냐?"
A씨: "제가 처음 할머니를 봤을 때 (고 손영미 평화의우리집 소장에게) '치매시냐' 물어봤다. 근데 치매가 아니라 그 당시는 파킨슨병이라고 했다."
검찰: "치매냐고 물어본 이유는?"
A씨: "할머니들은 치매가 많으니까 물어본 거다. 제가 갔을 때 (길 할머니는) 움직이시고 거동을 했다. 그래서 그냥 치매냐고 물어본 거다."
검찰: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인 건 아니냐?"
A씨: "그런 거 아니다."
검찰: "(2020년 8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건강상태 어땠냐'는 질문에 '(길 할머니가) 신체적으로 많이 불편하다. 정상인 인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맞나?"
A씨: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서 모르겠다."
이후 검찰의 반복된 질문에도 A씨는 "할머니가 언제부터 치매인지는 모른다"며 "(내가 볼 때는) 대체로 의사표시하고 기억력은 괜찮았던 거 같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A씨는 윤미향 의원 측 반대신문에서도 '2016년부터 2020년 일을 그만둘 때까지 할머니 상태가 유지됐냐'는 질문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지만 인지 상태가 괜찮았다"며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검찰 '치매' 영상에 윤측 '기부 발언' 영상으로 맞서
이날 검찰은 A씨의 증인신문 전에도 길원옥 할머니가 등장하는 동영상 십여 개를 재판정에서 틀었다. 이 영상들은 2016년부터 2020년께 길 할머니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첫 번째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자신이 해바라기를 그리면서도 무엇을 그리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는 데 23초 이상 걸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영상에서도 길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질문과 전혀 다른 취지로 답하거나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모두 길 할머니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이어 윤 의원 측 변호인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는 길 할머니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같은 기간 독일 언론과 인터뷰한 길 할머니는 또렷한 목소리로 "위안부라는 말만 해도 끔찍하다"면서도 "우리 대에는 이왕 당한 거지만 우리 후손들은 우리와 같은 일을 겪으면 안 되겠다 싶으니 우리 후손들 우리 같은 일 당하지 않게끔 전쟁 없는 나라, 평화의 나라 만들어 달라고 다닌다"라고 말한다.
또 길 할머니는 2018년 고 김복동 할머니와 재일조선인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고 김복동: "자네(길원옥)도 좀 내(장학금)"
길원옥: "(재일조선인학교 관계자를 향해) 돈이 아주 없어서 힘든 학생, 그런 학생 둘만 선택해 주세요. 돈이 없어서 힘든 학생들, 제가 힘닿는 데까지는 돕겠습니다."
영상에서 두 할머니 옆에 있던 윤 의원은 "(길원옥) 할머니 명을 이어받아서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2019년 5월 4일 촬영된 영상에서도 길 할머니는 윤 의원과의 대화에서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재산을) 썼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윤미향: "할머니가 지금 살아있을 때 일본 정부가 배상을 안 하는데. 만약에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을 해요. 제가 꼬꼬 할머니가 됐을 때. 그때 그럼 그 배상금을 어떻게 썼으면 좋겠어요?"
길원옥: "우리나라, 없는 사람들에게 쓰도록. 없는 사람들은 항상 아프니까."
윤미향: "어려운 사람들 위해서 쓰라는 거죠?"
길원옥: "네."
윤미향: "할머니, 하나님 곁에 가더라도 일본 정부에 배상받아서 없는 사람에게. 길원옥 할머니 이름으로 쓰라는 거죠?"
길원옥: "대표님이 잘하니까."
윤미향: "그럼 조선학교 아이들은요?"
길원옥: "암만(아무렴). 내 고향 아니고 타향에 살아도 희망 잃지 말고 기죽지 말고 남의 나라에 가 있다가 기죽을 필요 없어. 기죽지 말고 평화의 나라로 살았으면 좋겠어."
검찰은 2017년 11월 길원옥 할머니가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을 받은 직후 5000만 원을 정의기억연대에 후원한 것을 두고 "윤 의원과 손영미 소장(검찰 수사 중 사망)이 그의 치매를 이용해 상금 일부를 취득하기로 공모했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기부행위는 길 할머니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보았으며 길 할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건 사실이나 형법상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윤 의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오는 9월 20일 선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산사태 피해지역의 끔찍한 공통점... 산림청 무슨 짓 한 건가
- 충남도까지 왜 이래? 일본 대변인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홍보
- "한국 때문에 1억 손해보게 생겼다" 한동훈 장관에 친서 보낸 중국인
- 폭우골프 논란 홍준표, 나흘만에... "국민 정서 고려 못해 송구"
- 낙동강 보가 위험하다... 폭우 계속되면 붕괴 우려
- 초짜에게 바리캉을 넘겨준 사부, 왜 이러시지?
- 국민의힘 "김건희 쇼핑은 외교 행위" 황당 방어
- 미국 정부도 우리편 들었다? 한동훈 말과 달랐던 엘리엇 판정문
- "너희 나라로 돌아가!" 인종차별 광고, 금지 규정 없다?
- 건설노조 존재 이유 보여준 '순살 자이'